(계속 업데이트할 예정)
나는 여느 12월처럼 한국에 왔고 눈이 오고 있고 한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작년 (2019년) 제작년 (2018년) 트위터 타래를 읽다보니 멀했는지 모르겠는 한해를 쓰면서 정리했구나. 2020년은 세상은 미쳐돌아가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이루고 달라져서 그 어느때보다 다이나믹하고, 2013년 이후로 최고의 해였다. 내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한해였는데, 이걸 트위터에 적자니 어딘지 미안하고 스스로 검열하게 되어 조용한 (It is supposed to...) 이곳에 적어본다.
1. 올해의 사건 : 순서대로. 1) 집착하던 회사를 떠나 다르게 살아보는 연습을 했고, 2) 사랑에 빠졌고, 3) 부자가 되었다.
중요한 순으로 재나열하면 사랑에 빠진 것부터. 2020년 대부분 시간을 그와 보내며 웃고 떠들은 것.
나는 정말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못할 줄 알았다. 내 안의 사랑은 다 소진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거, 그게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 혹시 잘 되지 않더라도 내가 다시 이렇게 누구를 좋아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자라고 마음 관리를 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다른 모든 Distraction 을 끊고 서로만 쳐다보며 24/7을 보내는 말도 안되는 세팅이었는데, 비현실적으로 돌아가는 바깥세상과 빠르게 변하는 우리의 관계가 어느날은 말도 안되는 꿈같이 느껴지고 또 다른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삶에 (폭력적으로) 스며드는 게 (스스로에게 놀랄만큼) 좋았다. 나 남자친구랑 너무 많은 시간 보내는 거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며시 스며드는 게 아니라 굉장히 intense 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좀 내적 반발감이 들던 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까마득한 예전의 일 같다.
2. 올해의 마음의 변화: 부자가 되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새로운 회사에 오퍼를 잘 받았고, 그 주식이 몇배가 뛰어버리는 바람에 이대로 4년 안잘리고 버티면 부자가 될 것 같다. (아직 아니다) 부자라는 것은 개인적인 마음의 기준이라, 내 기준에 부자인데, 이 주식 다 받고 나오면 나는 스스로 정한 fuck you money 는 벌 수 있을 것 같다. (맘에 안들면 언제는 fuck you 하고 돌아나올 수 있는 돈). 명품 가방이나 명품자동차를 실컷 살 수 있거나 큰집을 살 것도 아니지만 어차피 그리 큰 물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가 생긴 지금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회사 4년 더 다닌 후에) 내가 장기적으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먼가 좀더 맘편하게 생각해보기로 했고, 그로서리 쇼핑 가서 가격표 안 보고 좋아하는 고급 식재료 실컷 사고, 매달 정기적으로 청소서비스도 받기로 했다. 이레저레 나를 잡고 있던 굴레들이 없어지면서 (아직 없어진건 아니고 그 trajectory에 있다 정도지마는) 마음이 편해졌다. 나이가 들면 경제적 자유가 가장 중요한데, 먼가 인생의 큰 한 부분이 해결된 느낌이다.
3. 올해의 여행: 발리 한달
발리에 가서 리모트 워킹 하겠다는 얘기를 5년전부터 했는데 드디어 집착하던 전직장을 떠나 새로운 라이프를 시도해보았다. 2월 내내 '살면서' 있었던 발리에서는 요가든 서핑이든 매일 운동을 했고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아주 건강했다. 책도 많이 보고, 샌프란시스코 집을 에어비앤비 돌리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를 시험해본 의미있던 여행. 이렇게 살고 싶다!
4. 올해의 커리어 교훈
내가 하는 일의 임팩트,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 내가 받는 연봉 이 세가지가 꼭 상관관계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주 관련이 없겠냐마는, 노력을 들여도 임팩트가 없기도 하고 실력이 성장해도 바로 승진이나 연봉으로 보상되지는 않는다. 보상은 선형으로 성장하지 않기도 하고 운에 따라 안 돌아오기도, 넘치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므로, 괜찮다. 큰 틀에서 언젠가 조정되겠지. 지금은 먹튀-_- 가 되어버렸지만, 그또한 괜찮다. 죄책감 가질 필요없다. 좀더 구체적인 이직 교훈은 트위터 타래.
5. 올해의 좋은 습관: 달리기.
올해 배운 가장 즐거운 습관은 단연코 달리기. P가 함께 달리며 잘한다 잘한다 해준 것도 으쓱했지만 같이 아름다운 곳을 돌아다녀 뛰는 재미가 있었다. Mori's point 도 Ferry building 도 그와 뛰면 즐거웠다. 노을 무렵의 산타바바라도, 말리부 비치도, 마우이 해변도 행복했다. 나이키 러닝 코치를 들으며 coach Banette 덕분에 왜 달리기가 즐거운지 (드디어) 깨달았다. 나 지겨워서 요가 하며 메디테이션 못하는 사람인데 달리며 땀흘리며 듣는 메디테이션은 잘 들린다. 평생 취미로 일주일에 한번씩 슬슬 달리고 싶다.
6. 올해의 비디오: 홈트레이닝 비디오, Pamela 와 Coach Kel, Shount T Insanity
홈트레이닝이 완전히 습관이 되어 거의 매일하는 것도 자랑스러운 올해의 습관. 집에 있으니 시간이 되서 일주일에 5번쯤 한 것 같다. (여전히 두꺼운 지방층 밑에 있는) 배가 딱딱해졌다.
7. 올해 버린 나쁜 습관 : 술 줄였다!!
나 정말 3-4월까지도 일주일에 서너번 술 먹고 그 중에 한번은 대만취 하는 작태를 못 버렸는데 P 와 놀며 많이 줄었다. 기특하구나. 별거 아닌거에 기특해함
8. 올해의 안좋은 뉴스 : 가성근시, 목디스크
이렇게 잘 살았는데 스마트폰을 너무 들여다봐서 가성근시가 더 나빠졌고 목디스크까지 걸리며 드디어 나이가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말 건강건강 거리고 사는 나이가 되었구나 ㅠㅠ
9. 올해의 쇼핑
10. 올해의 책 : 빠칭코?
11. 올해의 곡 : Spotify 는 When I fall in love 가 젤 많이 들은 곡이라는데 믿을 수 없다. Supermassive 의 The one 으로 할래. 훨씬 세련된 사랑 고백이고 일렉이고 달리기할 때도 잘 들었고 나만 좋아한 곡이다. (내가 발견한 곡은 늘 더 뿌듯)
12. 올해의 hobby : 이게 취미생활 맞나, 요리. 원래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데 테크 회사의 공짜밥도 사라지고, 옆에서 신나서 잘 먹는 애도 있고, 코로나 와중 놀러나갈 곳은 그로서리 쇼핑 밖에 없고, 암튼 요리만 실컷했다.
13. 올해의 티비: 엄 열심히 본게 없다. 천인우 갓인우가 되버린 하트 시그널?
14. 올해의 성공 투자: Square 만세! 만세!!!
15. 올해의 망한 투자: 테슬라를 너무 일찍 판거... 아 배 아파.
16. 올해의 레스토랑 : 대호. 샌프란에 정말로 '좋아하는' '인정하는' 한국 음식점이 생겼다!
17. 올해의 와이너리: Donum Estate. 아 진짜 너무너무너무 최고였다. 와이너리에 뚝 떨어진 미술관. 꿈같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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