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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에 해당되는 글 159건

  1. 2019.01.02 연기 of 2018
  2. 2018.11.12 원래의 나에게
  3. 2018.09.22 집을 샀다
  4. 2018.09.10 행복하다는 일기
  5. 2018.01.02 New year resolution (3)
  6. 2017.07.31 가치 재정립
  7. 2017.04.10 내 아젠다에 맞춰 살기 (1)
  8. 2017.03.06 뒤늦은 베를린 여행기 (1)
  9. 2016.11.04 잘 모르면 조용히 해야하는데 (1)
  10. 2016.07.18 B+
2019.01.02 18:10 분류없음


2018 정리는 간만에 트위터에 했지만 여기다시 정리 


1. 올해의 사건: 4년을 끌어오던 연애가 끝났다. 생각보다 잘 받아들였고 다시 20대처럼 (좋은 게 아닌데..) 활기차고 즐겁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한 해를 보냈다. ‘나름 즐거운 한해’ 라는 자평.

2. 올해의 구매: 샌프란시스코 포트레로 힐에 있는 아름다운 콘도. 노트북보다 비싼 물건은 처음 사 보았다. 부동산 경제, 재테크, 물가 상승과 이자율, 세금 등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이 사회가 돌아가는 기저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3. 올해의 여행: 한두달에 한번씩 비행기 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고 그게 편안했다. 역마살이 가신 한해. 가장 행복했던 여행은 환하게 빛나던 여름의 보스턴을 뽑겠다. 찰스 강변을 따라 걸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깔깔댈 때 행복했다.

4. 올해의 공연곡: Chromeo 의 Must’ve been 샌프란시스코의 뮤직페스티발 Outside Lands를 매해 간다. 작년을 건너뛰면서 이젠 나이들어 재미없어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올해는 너무 신나게 놀았다. 가사가 쏙쏙 들어오며 춤추기 좋은 펑키+일렉.

5. 올해의 책: 사피언스. 내가 이책을 작년에 읽은 것 같긴 한데;; 작년엔 이 시리즈 안 했고 올해는 책을 많이 안 읽어서;; 올해는 천체의 역사 인류의 역사 같은 거대한 흐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 안에서 백년 사는 나의 day to day 고민이 부질 없다는 생각도.

6. 올해의 가젯: 구글홈. 알렉사를 구글로 바꾸고 집을 산 후 온 집을 스마트화 시키고 있다(현재 진행형) August 의 스마트락, 스마트 버저, Lutron 스마트 조명, Nest 등 집에 가까이 오면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고 하는 미래세계를 짓는데 Q4를 보냈다. 음성비서 없는 세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듯

7. 올해의 업무: Growth. 정답이 없는 Zero to One 프로덕트 업무를 하다가 숫자로 나오는 정답이 있고 Execution 이 중요한 그로스 업무를 하니 성격에 맞았다. 숫자가 안 나올 때 스트레스 받을 지언정 끝없는 고민은 아니고 일 잘하는 페이스북 그로스 팀에서 배우는 것도 보람있었다

8. 올해의 업무 운 : 올 한해는 매니저가 있다가 없다가 시스템 상 매니저를 네명이나 겪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절반이 좋은 매니저였고 특히 이 분은 정말 이런 매니저가 가능하구나 존경할 만 했고 그 리더쉽을 따라하고 배우고 싶었다. (나 존경 잘 안 함) http://m.ch.yes24.com/article/view/19901

9. 올해의 업무스트레스: Burn out에서 회복하는데 일년이 넘게 걸렸다. 내 힘으로 키워낸 프로덕트를 런칭하면서 일과 나의 부족함만 생각하면서 이년을 보내고 지쳐나가떨어졌다. 일을 쳐다도 보기싫다 업무를 바꾸고 집착을 떨쳐내면서 나름 회복의 한해를 보냈다. 아직도 적당한 발란스를 찾고있다

10. 올해의 친구 : 나이들수록 사람은 그 주위사람들과 비슷해지니 내 주위를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채우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올해는 M양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에 물들어 가는게 좋았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매일같이 떠들었다. 샌프란에 너가 있어서 올해 더 친해져서 좋다

10-2. 올해의 친구 2: M군. M양이야 원래 좋아하던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거지만 M군은 올해 알게 되었다. 덕분에 자칫 힘들수도 있던 시간을 깔깔대며 보냈고, 긍정적 에너지의 영향을 받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올해는 인복이 많았다.

11. 올해의 사상: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몇년간 꾸준히 추천 받았는데 무심하게 해탈을 추구하는 불교의 교리가 갑자기 귀에 와닿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은 명상 요가 테라피 등 정신 건강 단련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머 하나도 한달을 못갔다. 불교에 관심 가진 건 세달정도 갔다. 

12. 올해의 취미생활: 회사일 집착을 줄이면서 상반기에는 도자기를 굽고 쿠반 살사를 배웠고 하반기에는 피아노를 쳤다. 역시 음미체 예체능을 즐기는 삶이 즐겁다. 머 하나도 꾸준히 하지 못해 잘할 수 있게 된 건 없지만 즐거웠으니까.

13. 올해의 서비스: Classpass로 이런저런 운동 클래스 가보기. Instagram Stories 스냅챗을 그냥 베낀것 같지만 2년을 공들여 베끼면 이렇게 쌔끈한 서비스가 나옵니다 Ridibooks 한글텍스트 다이어트를 끊었다 영어책읽겠다고 아예 책 안읽는 거보다 낫지 머

14. 올해의 일탈/치유: 2월의 쿠바 여행. 힘들던 시기에 도망치듯 샌프란을 떠나 다른 내가 되었다. 인터넷이 잘 안되니 론리플래닛을 들고 매일밤 재즈니 살사니 모던컬쳐콤플렉스를 찾아다니고 모히또와 쿠바 리브레를 마시고 시가를 피고 유기농 음식을 먹으면서 많이 움직이고 많이 춤추고 많이 웃었다.

15. 올해의 티비시리즈: 티비를 많이 보지않았고(잘했네) 볼때는 한글컨텐츠를 소비했다 (영어쓰기 싫었음). 최애 컨텐츠는 집중하지않아도 되나 쏠쏠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알쓸신잡(김영하가 돌아온 시즌 3는 시즌1만큼이나 재밌음)과 골목식당(MBA케이스 스터디만큼이나 재밌는 이 식당이 안되는 이유)

16. 올해의 좋은 습관: 슬플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기쁠 때만 마신다). Detox Monday(월요일엔 베지테리언, 술도 마시지 않고 꼭 운동을 한다).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신다. 내년엔 노력하지 않아도 몸에 밴 muscle memory로 만들 것.

17. 올해의 술: 고르기 힘들다. 2월 Fabrica de Arte Cubano 에서 끼가 넘치는 젊은 쿠바노들의 그림 춤 음악 공연을 보면서 마신 모히또, 달뜨는 밤에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드라이빙 나가 홀짝거리던 와인, 오스틴 여름밤에 6년만에 만나는 엠마와 결혼과 일과 부동산; 이야기 하며 마신 4불짜리 맥주, MBA 5주년 리유니온에서 신나서 마셔대던 공짜술(디나와 엄청나게 깔깔댔지), 연애얘기하며 M양과 M군과 부어라마셔라 할 때는 와인이었나, 집 사고 이사 끝내고 부모님과 든 축배 opus1, 그리고 추운 겨울 도쿄 회사원 골목에서 인생곱창과 하이볼과 친구들. 내게 ‘올해의 술’은 ‘올해의 장면’이구나



==

적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본 올해의 총평: 지난 3년은 일 얘기만 했는데 올해는 일 생각 덜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와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벌이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덕분에 즐겁고 일에서도 되려 안정되고 균형을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작년 새해결심(http://embracetheworld.tistory.com/215)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벌이기는 했으니 절반의 성공. 계획하는 삶은 살지 않았다.




===

새해 결심 

1. Prioritize!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하자. 일단 내 삶부터 우선시 할 것.

2. 건강관리 : 5키로 빼기. 미국 돌아가면 제대로 식사량 줄이고 주 3회 운동하기 시작할 것. 

3. 건강 관리 2: 눈이 안 좋아진게 핸드폰을 너무 많이 써서라고 한다. 휴대폰 그만 들여다보고 출퇴근길 활용을 오디오북과 팟캐스트로 유용한 거 듣기 해보자

4. 건강관리3: Detox Monday 를 성실히 지킬것. 2020에는 주 3회 디톡스 하는 걸 목표로. 

5. A year in planning : Things 를 통해 오늘 할일 다음 일주일 할 일 계획하는 삶을 살 것

6. 커리어 변화 : 작년에 다시 Side Project 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 직업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갈 일을 만들 수 있을까. 뉴페는 직업은 못됐지만 페북에 들어가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슬슬 다음 직업을 고민할 때가 되었는데.. 

작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크립토, 부동산, 이커머스를 살짝씩 건드렸고 그 중  가장 깊게 들어간 건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을 여러개 사서 굴리며 현금 만드는 수단으로 만드는 친구도 여럿 보았는데, 이걸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어비앤비를 프로페셔널리 돌리거나 취직하는 것도 방법이고. 올해는 주위 사람들 만나보고 사이드프로젝트를 다음 직업 단계로 연결 시킬 고민을 하고, 움직여야겠다. 


화이팅

posted by moment210
2018.11.12 22:31 분류없음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일이 있어 펜을 들었다.


너야 신나게 까불며 떠드는 내 모습만 보았겠지만 사실 늘 이런 건 아니고 너 덕분이고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나 원래 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원래는 참하고 (에헴!) 차갑고 무심한 사람인데'- 까지 쓰고 흠 이건 아닌데. 고민에 빠졌다. 차분하고 참한 사람이라고 우기는 거야 농담이지만, 원래 차가운 사람은 아닌데. 원래 무심한 사람은 아닌데. 근데 지난 몇년은 정말 까칠하고 무심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 원래 까칠하고 예민한데 그런 줄 몰랐지- ' 라니 원래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편지를 고쳐썼다. 요즘엔 좋아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신나서 까불대며 행복해하는 나로 돌아왔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해줘서 고마워. 


그 친구만 나를 돌아오게 한 건 아닌 건 알고 있다. 일에서 여유를 찾은게 가장 크고 (여전히 일요일 밤이 되면 스트레스 받지만), 단단하게 받쳐주는 내 사람들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깔깔댈 수 있고, 자존감이 돌아왔고 회사 밖의 삶에서 발란스를 찾으면서 주변 사람을 챙길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힘들고 웃고 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헤어질 때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물론 마음이야 엄청 아팠고, 잘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미련을 (아직도) 떼지 못했지만 그게 자기파괴의 길로 가거나 무너지진 않았다. 이게 말이 될 지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슬퍼했다. 


나이가 들면 30대가 되면 지치고 까칠하고 닳고 닳은 초라한 인간이 되는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 가 되는 줄 알았는데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아니었다. 몇년만에 돌아왔다. 책도 읽고 인텔렉츄얼한 토론이 즐겁다. 한동안은 어려운 대화만 나오면 초라한 내가 숨고 싶고 수동적으로 티비만 소모했는데, 이제는 지적 자극이 다시 즐겁다.


아 행복하다, 라고 소리내어 말한게 초여름이었나. 오늘은 느지막히 일어나 운동하고 샤워하고 피아노를 한시간 치고 느긋하게 드립커피를 내리면서 맛있는 브런치를 기대하는데 좋은 일요일 오전이네, 싶었다. 느긋하고 행복하다. 


'젊은 날은 다 갔어' 라고 말하는 대신에 '아 삼십대 초반에 왜 그렇게 힘들었나 몰라'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휘-유. 정말 다행. 앞으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따뜻하고, 지적이며 인스파이어링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시다. 내일은 더 건강하고 더 따뜻하고 더 멋진 내가 되는 걸로. 

posted by moment210
2018.09.22 08:14 분류없음

집을 샀다. (정확히는 은행이 사줬고 나는 엄청난 빚쟁이가 되었다!) 


처음에 ‘어떤 집을 사고싶은데? 왜 집을 사고 싶은 건데?’ 라고 리얼터가 물어보면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러게. 다운페이먼트 할 돈이 모이면 집 사는 거라고 어른들이 그랬고, 이곳의 말도 안되게 비싼 월세 너무 아깝고, 투자 목적으로는 집 사야된다고들그랬고, 그렇다고 값이 오를 것이나 지금 살기 불편한 곳은 싫고, 내가 살면서 행복하고싶고, 연애할 때는 결혼해서 살 수 있는 곳을 내 취향대로 질러버려야지 했는데 연애도 끝난 마당에 내가 어디서 멀하고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샌프란시스코 평생 살거냐 집사면 페북 계속 다닐거냐 묻는데 어려운 인생 질문에 대답 할 수가 없어 울고 싶어졌다. 모르겠다고요. 엄마아빠가 물어보면 아 몰라 그래버리는데 집사는 건 내가 나한테 대답하는 거라 도망갈 수도 없고. 내 인생 질문에 내가 대답을 못하는 게 답답해서 죽을 맛. 


그러다가 얼떨결에 예쁜 집에 오퍼를 넣어봤는데 덜컥 되버려서 며칠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슥슥 질러버렸다.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 맨날 부동산 사이트를 보고 있고 머릿속에는 집값과 이자율과 관리비와 보험 세금 뿐이고 남들은 무슨 집 사는지 궁금하고 이러다가 자식한테 “니친구는 어느 아파트 단지 사니?” 라고 물어보는 재미없는 으-른이 되어버릴까봐 겁이났다. “니 친구의 취미는 머니? 그 아이는 어떤 점이 매력적이니? 어떤 점이 빛나?” 라고 물어보는 본질을 보는 어른이 히피로 살고 싶은데.


안 그럴려고 적어보는 몇가지 다짐. 


결국에 내가 살고 싶은 예쁜 콘도를 질러버린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프랙티컬하거나 투자가치가 최고인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하루하루 살면서 행복해하면 맨날 집값 들여다보지 않고 집값이 떨어져도 배 안 아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돈돈돈 거리는 거 그만 하고 신경끄고 살아야지. 내가 쓸 물건 산 거라 생각하고 걍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그렇다고 집 산 거 때문에 그렇게 ‘더’ 행복한 거 같지는 않다. 돈은 없으면 불행하지만 그 선은 넘었고, 지금 버는 것의 반만 벌어도 나는 지금만큼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이보다 더 비싼 집을 산다고 혹은 이집을 일시불로 잔금을 치룬다고 내 인생이 그렇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집 못 사고 계속 월세 내도 인생에 불만은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 인생결정 내릴 때 돈은 일순위로 두지 말 것. (삼순위 정도 두는 건 현실적일 듯)


그래도 텅 빈 집 내맘대로 하란 건 즐겁다. 가구보고 인테리어 고민하고 인형의 집 꾸미기 리얼 버전. 이 즐거움을 원래 결혼준비 신혼 때 하는 건데 완전 혼자 신났음.


이거 혼자 다해버리면 신혼 때 머하니. 집가진 여자 남자 만나기 더 어려운 거 아냐 라는 반응은 콧방귀 뀌려하지만 솔직히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머 어쩌겠어, 혼자라고 님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하며 맘만 조급한 사람보다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행복한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내가 변했다는 증거 하나. 집이 생기니 중심추가 생긴 거 같아 좋다. 늘 언제든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떠난다보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늘 내 고향 내 중심은 한국의 가족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년전부터는 서울을 갈 때 내 집이 아니라 친숙한 동네를 방문한 느낌이 든다. 따뜻한 내사람들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더 집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은 이곳대로 잠깐 머무는 도시라 친구들은 떠나가고 집인가 집이 아닌가 정이 붙을까 말까 그렇게 둥둥 떠 있었다. 집을 사니 직장을 관둬도 쉽게 이곳을 떠나진 않을 거 같다. 그리고 어디를 가도 돌아올 생각을 할 것 같다. 그 제약이 안정감을 준다. 좋다. (20대에는 제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막힐 거 같았는데 ) 



posted by moment210
2018.09.10 05:51 분류없음

8월 29일의 일기. 인스타그램에 올릴려고 길게 글을 썼는데 보스턴 사진을 못 찾아서 일기도 못 올림.

요즘은 즐겁다. 일과 삶의 발란스도 제법 잡았고, 다시 사이드 허슬을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았고, 시끄럽게 웃는 주희상으로 돌아왔다. 나이들어서 에너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작년 제작년이 엄청 힘든 거였다! 올해는 나로 컴백. 

예전의 일기 중에 'B+ 삶이 괜찮아지긴 했는데 한껏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겟다'가 있던데 요즘은 에이 제로. 주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마음가짐만 달라지면 되는 게 신기하지. 


=====


요즘 삶은 제법 괜찮다.

‘넌 항상 힘들다고 하자나’ 라고 해서, 그건 아니고 힘들때가 있는 건데  행복할 때는 행복하다고 적어놔야 안까먹겠다 하고 창을 열었다. 

오늘은 회사에서 좋은 뉴스에 즐거워하며 하이파이브 하고 (그래봤자 유저 수 늘 거라는 머 그런 별거 아닌거) 집에 오는 길. 이런 (하찮은) 일을 즐거워하며 축하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라이프라 생각한다. 회사니 어른되기 프로젝트니 연애니 투덜댈 건 엄청 많은데 신나게 투덜대는 내자신이 에너지 많은 나로 돌아온 것 같아 좋다. 일요일 밤이 되면 회사일 부담이 밀려와서 울상 짓지만 이 정도 스트레스는 건강한 정도. (그치만 일을 관두면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엄청 행복했던 6월의 보스턴. 오랜만에 만나는 디나랑 뒤집어지며 몇시간을 깔깔댔고 찰스 리버를 걸으며 “야 나 행복한 거 같애. 진짜 이정도 삶이면 행복하다” 라고 했더니 디나가 “나도.” 하고 웃었다. 

지난 3년동안 스트레스에 짓눌려서 행복하단 말 거의 안했으니 괜찮을 때는 말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요즘은 잘 웃는 주희상으로 돌아왔고, 이렇게 살려면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술 작작먹고 건강한 친구들에 둘러쌓여있고 일은 어느 정도에서 선을 딱 그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 진짜 이거 배우기 열라 힘들었네.

posted by moment210
2018.01.02 11:56 분류없음

This year, I will build healthy habits to make my life resilient and sustainable. The goal is to keep active and positive energy for the rest of my life, by maintaining these practices like a muscle memory.




Every day : 


- Use the app "Things"(To Do list) religiously: plan what I will do a daily base. Prioritize, prioritize, and prioritize. Do the most important (including personal items), not the most urgent. Invest 15m every morning in the shuttle



Every other day:


- Work out. I did pretty well in last half, working out 2-3 times a week. This year, I will increase this to every other day even if it’s just 30m yoga at home. 




Every week


- Do one hustle every week. Hustle means something that I haven’t done before, something new and something I can learn. (Even if the learning is that I don’t enjoy that activity) It should be action-oriented. Reading articles about the new topic doesn’t count. Start trading new coins counts. Examples:


1) Buy a house (Talking with an agency for the first time, getting pre-qual, go house visit counts) 

2) Take an advisory role for a startup

3) Start trading new coins 

4) Publish my articles in Korean though Newspeppermint or Publy 

5) Start e-commerce business on FB page 

6) Egg freezing 

7) Go to Indian wedding 

8) Do sth fun with Pete


Looking back, I stopped all my side projects since I joined Facebook (because I was too busy and exhausted after work) and that made my mood dependent on day to day work events. I was passionate at work at that point, but it was not sustainable. It ended up draining my energy. I’m a curious person and learned that I need these side projects to keep myself happy and active. (not just drinking or watching tv) 


- Do weekly review: I will move Monday morning worry zone to Friday afternoon. It will help me to plan weekend activity/hustle of the week’. No planning was fine when I’m excited, but it was not sustainable. I’ll plan my personal activities as well. During the weekly review, I will 


1) Write down what I did well

2) what I could have done better

3) what I will do that weekend (personal hustle ) 

4) what I will do next week (mostly professional ) 

5) who I appreciate (and send thanks), 



posted by moment210
2017.07.31 07:52 분류없음

요즘 내 인생을 강타하는 책 두권 (둘다 예전에 본 책인데 다시 정독했다. ) 

: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알랭드 보통은 meritocracy 는 현대 사회의 개념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계급이 사라지고 (표면적으로나마)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면서 성공은 개인의 책임이 되고 성공하지 못한 개인은 죄책감을 느끼도록 강요받는다. 알랭 드 보통의 메시지는 그럴 필요 없다는 것. "역사적으로 늘 그랬던 건 아니야". "성공 못해도 너가 부족한 인간인 건 아니야."


유시민은 정치는 자신에게 '내면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소모하는 일이었다' 고 한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의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요즈음 나는 내면을 소모하다 못해 지쳐 나가떨어졌다. 


몇가지 글써야할 것들 

'Talking about incompetence' 

요즈음의 나는 무능하다. 몇달간의 괴로운 self observation 끝에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무능함을 '인간 실격' 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못하면 그만큼 인간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공부를 잘하기위해 있는 학교에서 성적으로 쪼르르 줄을 세우고 성적이 낮으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취급했다. 남이 그랬다기보다 스스로를 그렇게 취급했고 나의 스트레스는 엄격한 자기 평가에서 왔다. 현재 나의 무능함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사람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하고, 상대방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 영어를 못하고, 영어를 못한다는 컴플렉스가 있다. (일 안하고 이 글이나 쓰고 있는 게으름도 한 몫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네고시에이션을 잘하려면 이 책을 읽어봐' '사람을 다루는 게 어떻게 어려운데? 이렇게 접근해봐' '이렇게 하면 영어가 늘더라' 같은 조언이 종종 왔는데 그렇게 자기개발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너무 지쳐서, 남는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멍때리며 평생 안보던 미디어를 소비했다. 가장 지쳐있을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능동적으로 책을 읽을 정도의 에너지도 없었다. 가장 수동적으로 할 수 있는게 티비 보기 정도 였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요리 프로나 쇼프로나 보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로 몇시간을 보내고 다시 스트레스 받는 생활로 돌아갔다. 일기를 쓰거나 나를 돌아볼 에너지는 전혀 없었다. 사람들이 최근에 읽은 책을 이야기하면 아 이 지적인 대화에서 도망가 숨고 싶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년을 붕 떠서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다.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사람이 발전하는데, 아 나의 resilience 레벨이 낮구나,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저 쪼이는 구나.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레벨로 옮겨야겠다, 라고 자기 자신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그 무능함은 당분간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인정하기 시작했음에도 아직은 아둥바둥하는 과정이 내면을 더욱 황폐하게 하고 잇다. 몇달 푹 놀아야 (운동하고 책보고 걸어다니고 생각하고 글쓰고 ) 할 것 같은데 차마 그 용기를 못내고 있다.


용기내서 쳐내고 시간이 나면 써야할 것들: 

- Talking about incompetence

- True leadership, what do you expect other people to think of you? 

- Dealing with negative feedback 

- Hipster life and reality : How much money do I need?

- 장기 계획을 바꾼다는 것: 1년/3년/10년 로드맵을 늘 그렸는데 이제 10년 로드맵에서 '테크에서 성공하고 싶다' 가 더이상 나의 목표인지 흔들린다. 큰 줄기가 바뀌니 멀 해야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 파트너쉽/객관적으로 자기 들여다보기의 중요성 



posted by moment210
2017.04.10 06:04 분류없음

일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바둥거린지가 일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일에 끌려다니며 살고 있다. 


일 외적으로 딱히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일거다. 결혼도 안했고 가족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누구를 만나려면 노력을 기울여야하는데 한두번 데이트하다 말고 귀찮아지면 관두고 또 하다말고 하고 있다. 일 외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뉴스페퍼민트는 관뒀고(남의 글을 옮기는 데 흥미가 떨어졌다) 예전처럼 엄청 열심히 술마시고 클럽다니고 뮤직 페스티벌을 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어를 배운다던가 춤을 배운다던가 신나있는 게 없다. 


일은 잘하고 싶다. 일이 지긋지긋하다고 은퇴하고 싶다고 통장 보며 은퇴연금을 언제 모을 수 있을까 집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래도 일은 싫다기보다 지친 것에 가깝다. 스트레스 받는 건 그만큼 내가 신경쓰고 잘하고 싶은데 못하는 데서 오는 당혹감이 더 크다. 요즈음은 리더쉽 포지션으로 올라가야되서 나만 일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팀과의 갈등 조율, 윗선 관리, 정치, 팀에 일 잘 시키기 같은게 중요해졌는데 잘 못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잘하게 될 조짐도 안보인다. 열심히 하면 늘기야 하겠지만 영어로 한계가 있고 정치도 정말 못하겠다. 엄청나게 오픈된 기업 문화에서 내가 먼가 못할 때마다 피드백이 쏟아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쩔쩔 맸다. 그날의 커디션이 회사 상황에 따라 결정나는 라이프를 보낸 지 꽤 되었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명확치 않은 데서 남의 아젠다를 쫓아다니며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데로 생각하게 된다' 는 말대로 별 생각 없는 일이년을 살면서 직접적인 피드백이 쏟아지는 건 일밖에 없으니까 급급히 일만 보며 살고 있었다. 

내 아젠다에 맞춰서 내게 중요한 일을 벌리고, 바운더리를 세워야한다. 간만에 운동을 가면서 몸매좋고 탄탄한 40대? 아름다운 아줌마를 보면서 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사 디렉터는 별로 내 롤모델이 아닌데, 적당히 성공한 직업을 가지고 (지금이면 충분하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밝게 사는 아줌마가 되고 싶다. 연애를 하던 가족을 만들던 밝고 힙스터스럽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실리콘밸리의 가치를 훌훌 털어버리고 훌쩍 발리로 떠날 수 있는 그런 힙스터로 살고 싶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 끌려다니다가 정신차려보니 열심히 바둥대며 살았는데 내가 원하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는 그런 삶 말고. 


그럴려면 일 조금 더 잘하는 거 보다 꾸준히 운동하고 재밌는 일 만들고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 내 아젠다에 맞춰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우선시하는 라이프를 살아야지. 올해는 인생의 큰 숙제(그린카드, 운전면허, 사적인 일 한두개) 끝내놓고 춤이나 배우러 다녀야겠다. 행복하게 사는 게 내 인생의 골이라는 걸 잊지말아야지 라고 새삼 다짐. 

posted by moment210
2017.03.06 10:49 분류없음

한달 늦게 쓰는 생일 일기. 


베를린은 굉장히 좋았다. 춥고, 피곤하고, 얼굴은 다 터버려서 갔다와서 일주일간 고생하고, 어느 역사적인 생일파티처럼 신나게 놀아댄 건 아니었지만 요즈음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서유럽은 엄청 돌아다녔지만 베를린은 처음이었다. 일요일 오후에 도착해서, 친구들이 있다는 독일 역사 박물관을 가서 역사순으로 시대를 밟아갔다. 20세기까지 머 별거 없자나라며 슥슥 지나가다가, 최근 100년에 엄청나게 매료되서 완전 집중해서 보았다. 백년전 경제 불황에서 사회문제가 커지면서 조금씩 배타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사상이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인종을 배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나찌의 캐피탈이 되고, 어느 순간 조직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색출해 학살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어있다. 르완다 호텔에서도 말을 잃었고 캄보디아 학살 현장에서도 숙연해졌지만 나찌는 엘리트들이 조직적으로 학살의 현장을 만들었다는 데서 다르게 두렵다. 캄보디아는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 엘리트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데서 끔찍하지만 (안경을 쓰고 있거나 손에 굳은 살이 없으면 학살했다고) 나찌는 인간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정치인이 효과적으로 군중을 조종했다는 데서 두렵다. (나찌는 민주사회에서 선거로 당선된 정권이다)  처음에는 이거 최근의 트럼프 사태와 비슷하자나, 라고 투덜대다가 이건 비교할 수 없이 심하다는 결론.

권위주위와 계급을 강조하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건축 양식. 그리고 냉전시대로 넘어간다. 개성이라고는 없는 무뚝뚝하고 추레한 회색의 공산시대 건물. 정치 분쟁이 끊이지 않고 불안한 사회에서 계속 서베를린으로 도망쳐 오는 사람들. 억눌린 사회에서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흔적이 사방에 남아있다. 강렬한 벽화, 꿈틀대는 그림들.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더욱 꽃핀다. 테크노 음악이 태어나고 그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이 열리고, 서베를린의 부유한 문화가 동베를린에도 스며들고. 흑백필름이 보다보면 북한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베를린은 유럽에서 제일 열린 이민 정책을 피는 '실리콘밸리'가 되었다. 개발자들과의 미팅에서 독일인은 거의 없고 러시아/동유럽계 개발자들이 대부분. 베를린에서 꼭 먹어야할 음식은 터키인의 영향을 받은 커리소시지. 주말에는 큰 아시안 마켓도 열린다. 시리아에서도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았다. 은근히 배타적인 유럽 사회에서 이민자들이 넘어올 수 있는 사회가 되었고, 그렇게 테크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근교도시, '북쪽의 피렌체'였다는 드레스덴에 갔는데 거기서도 데모 중. 시리아의 난민들을 보호하자는 시위와 시칠리아에서 넘어오려던 난민들을 받지않아 수백명 보트피플이 바다에서 죽어간 사건을 추모하는 전시회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는 극우시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독일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독일인이 좋아졌다. 독일인이 저지른 악행은 어느 인류사보다도 잘 알려져있는데, 이는 독일인이 자신들의 잘못을 명료하게 정리해논 데서 시작한다. (물론 유태인들의 정치적/재정적 후원도 든든하다) 독일의 기초교육 12년을 받은 사람이라면 유태인수용소 학살의 현장을 세번 이상 방문하게 되어있다는데, 역사를 이토록 정직하게 뒤돌아보고 아주 명확한 언어로 몇명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학살당했는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해놓은 국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한국이 왜 자랑스러운 나라인가 가르치고, 일본 군인이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을 가르치지만 배트남 전쟁에 파견된 우리 군인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가르치지 않지 않나. 역사적으로 항상 옳은 일만 해온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 파쇼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르치지 않으면 또 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도 높다. 내 잘못을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후대에 가르치는 사회는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잘 정리해놓아 건축이나 예술에서도 두려움과 격동하는 감정이 느껴지는데, 회사에서 일 관련 메세지는 끊임없이 쏟아져서 대답하다 말고 아 나는 이런 사소한 일에 왜 스트레스 받아 쩔쩔대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굉장히 좋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을 떠나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했고 일하고 싶은데서 일하고 있고 이 먼 곳에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고 와 별 다섯개 짜리 호텔에 호화롭게 묵고 있다. 게이의 결혼이 합법화되고, 이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아 시위하는 것이 허락되고, 무능력한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감사하고 행복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거 가지고 스트레스 받아 안절부절이라니 안네 프랑크에게 얼굴 들 면목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사회에서 아 내가 선택한게 잘한 건지 모르겠어서 스트레스라니, 이 얼마나 First world problem 인가. 그러니 이보다 열배 스무배 백배는 행복합시다. 


생일은 행복해하면서 조용히 돌아다녔다. 성격이 예전보다 내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워킹 투어를 해서 그룹이랑 있었고 친구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생일이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굳이 친구를 만들지도 않았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보고 느끼고읽고 걸어다니면서 좋았다. 드레스덴에서 엄청 추운데 따뜻하고 달달한 글루스바인을 호호 불어가면서 마시면서  저런 소비에트 시대 건물에 안살아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추워지면 책방가서 책 사진 뒤적거리고 예전 필름보고, 가게들 기웃거리고, 유서깊은 백화점에 들러 내게 선물 하나 사주고, 고르메 음식 모아놓은 푸드 코트에 가서 맥주한잔에 소세지 먹고, 아 취하고 기분좋다, 조금더 안주거리 사와 호텔에 와서 쏟아지는 생일 메시지에 대답하다 잠들었다. 예전에는 생일이면 친구들에 둘러싸여서 사랑받고 있구나 헤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하루에 케익 커팅 서너번 하고 누가 미역국도 끓여주고 그러면 행복해했는데, 이렇게 아무 날도 아닌 척 하는게 이제는 더 마음이 편안하고 좋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낸 서른두살 생일은 나답지 않지만 이제는 나다운 것 같기도 하다.




+ 사실 H가 생일 전주에 취직겸 못본지 오래된 겸 이래저래 샌프란에 놀러왔었는데 너무 좋았다. 생일 앞뒤에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거기서도 메세지와 전화는 했으므로 괜찮았던 건지도. 예전에는 막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줘야햇는데, 나이드니 다들 바빠서 문자 전화만 해줘도 충분히 행복하다. 또 굳이 전화해주지 않아도 그렇게 재차 확인해주지 않아도 내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posted by moment210
2016.11.04 14:32 분류없음

잘 모르면 멍청한 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해야하는데 말을 안하면 글을 안쓰면 공부도 안한다.  

박근혜 뉴스나 트럼프 뉴스는 보다 보면 열이 뻗쳐서 안 읽게 되서 너무 모른다. 그래서 멍청하니 닥쳐야하는데 먼가 그래도 정리는 해보고 싶어서 조용한 이곳에. 중간 중간 보는 걸로 느낀 단상들. 


-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는 여태까지의 연설 중 제일 잘 들린다. 이번엔 본인이 썼는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대화로 들린다. 그래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음이 가고 안쓰러웠다. 

- '열심히 했는데'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싶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런 말이 답답하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란 말이야. 한국에서 나는 너무 열심히 성실히 살라고 배웠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 머가 중요한지 생각해보고 가장 중요한 걸 해. 페북에서 항상 듣고 있는 교육이다. 급한 걸 하지 말고 중요한 걸 해, 많이 일하지 말고 중요한 일을 해, 못하면 못한다고 빨리 얘기해,너는 분명히 충분히 거절하고 있지 않아, 성실하게 열심히 할게 아니라 중요한 걸 해, impact 가 가장 큰 게 무얼까, 그걸 고민하고 몇개만 골라서 잘 하란 말이야. 그만 회사에 있고 집에 가. 중요한 것만 하란 말이야 돼 그런 일을 쓸데없이 열심히 하고 있어! 왜 나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 아 잠깐, 실리콘밸리 천국화 주의. 열심히만 하고 있으면 여기는 바로바로 잘린다. 인정사정 없다.

- 한국은 무섭다. 그저 연설문 전문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소름 돋는 욕이 작렬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했기로서 때려죽일 사람이며,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아무리 잘못했기로서 그런 욕을 받아 마땅한가. 찢어죽이고 처형을 하고 능간을 하고 그런 얘기를 해도 된다는 건가? 언젠가 대한항공 딸이 재판에 들어갈때 달걀을 던지고 머리채를 쥐어잡는 어떤 사람을 보고 너는 아마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훨씬 쓰레기 였겠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사형제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한 인간이 잘못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내가 그걸 단죄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막말은 사형보다 더 심하다. 

- 노무현 대통령의 아내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였나, 떠났다. 자신은 그걸 고치겠다고 정의를 찾아 들고 일어난 삶이었기에 더 괴로웠겠지. (이 사람은 '그렇다고 가족을 버리란 말입니까' 로 반응했다. 한 사람은 '앞으로는 세상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겠습니다' 로 반응하고. ) 두사람이 아무리 다르기로서니, (내 친구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는 한사람은 좋아하고 한사람은 안 좋아한다) 난 왜 비슷하게 보일까. 

- 한국은 모두를 구석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고3도, 취업준비생도, 육아에 치인 직장인 엄마도, 가족부양에 지친 젊은 아빠도, 대통령도, 다 괴롭다. 왜 그렇지. 

- 나찌는 어떻게 인간을 수용소에서 가스실로 죽였을까, 라는 질문에 시야와 책임감과 악이 분산되어있어서 라는 대답이 기억난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세상에서 없애라고 명령했고, 눈앞에서 처형 시스템을 디자인하거나 고통에 몸부림 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기에 자신이 무얼하고 있는지 충분히 자각하지 못했다. 중간 간부는 위의 고위간부가 준 임무, 효과적으로 죽이라는 임무에 따라 가스실을 디자인하면서 시키는 일을 할뿐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끝에서 유대인을 가스실로 데려가고 시체를 치우는 사람은 시키는 일을 한 군인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대통령의 무능이나 한 인간의 부패는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작은 악에 둔감한 시스템이 겹겹히 쌓이면서 불어나고 큰일이 생긴다. 뉘른베르크에서 우리는 누구를 어디까지 어떻게 처벌해야할지 딜레마에 빠진다. 세월호는 거대한 스캔들은 누구를 어디까지 처벌해야되나. 희생양을 하나 찾으면 되나.

-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가야된다는 건 아니다. 안쓰럽다고 지지하는 사람은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죄인이랄까. 멍청한 건 죄다. 남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 트럼프는 대단한 인간이다. 그 뻔뻔함은 어떻게 보면 가장 미국적이기도 하다.

- 어제도 얘기했는데, 난 SNL 도 정치풍자도 대부분 안 웃긴다. 블랙유머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 듯. 보고 있으면 짜증나는 일들이 생각나는데 그게 왜 웃긴지 잘 모르겟다. 

posted by moment210

B+

2016.07.18 07:16 분류없음

요즘 삶은 꽤 괜찮아졌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는데, 깔깔 거리고, 엉망진창 라이프지만 웃고사는 인생. 


일에 뒤쳐져있다는 부담감이 있고,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아 왜 이렇게 아무도 좋아할 수가 없지 라는 초조함은 있다. 

일도 삶도 연애면 이만하면 꽤 훌륭한데,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을 상상하기가 어려운데 그런데도 그렇게 행복해질 수가 없다는 게 함정. 이제는 한껏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겟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