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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1 12:42 분류없음





5주년 기념, 그 때 찍은 꽃나무 사진.


따스한 봄햇살이 내리쬐고 꽃망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죽죽한 회색의 병원에서 모든게 끝난 줄 알았는데 바깥세상에서 저들은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구나. 생명은 아름다운 거구나. 살아있다는 건 행복한 거구나. 햇살에 눈이 부셨다. 그 후로는 죽음을 동경하는 사춘기 소녀나 시니컬한 사람이 멋져보이지 않았다.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이렇게 따스하게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살아있다. 행복하다. 평생 3월에는 이 감사하고 벅찬 기분을 떠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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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
2014.03.12 10:26 분류없음

8년전 일기장에서 가져온 글. 세상은 쳇바퀴같구나.




고독이 밀려오는 것은 가로등이 둥글게 빛을 떨구는 밤의 플랫폼에 내린 시각이다.
0.1초인가, 0.01초인가, 하여간 플랫폼에 한 발이 닿은 찰나, 어떤 낌새가 스쳐, 난 아차하고 생각한다.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늦어, 나는 이미 고독의 손바닥에 푹 싸여 있는 것이다. 
고독의 손바닥은 크고 차갑고 얇다. 언제나 그렇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이솝우화의 나그네의 외투를 연상하고 만다.
3개월에 한번 정도 이런 밤이 찾아온다. 회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애인과의 관계가 서먹한 것도 아닌데, 그것은 정말로 불쑥 찾아오는 것이다. 
내가 까맣게 잊고 있어도 착실히, 어김없이 나타난다.
'문 주의'라는 스티커가 붙은 문이 열리고, 땀이 밴 이마에 9월의 밤공기가 닿는 것과, 갈색 단화가 플랫폼의 돌바닥에 닿는 것과, 내가 아차 하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사람의 신경을 후려치는 듯한 기적이 울려퍼지고 등 뒤에서 문이 덜커덕 닫힌다. 
조금전까지 찌그러져 꾸깃꾸깃한 휴지같이 눌려있던 사람들은 플랫폼에 내려서자마자 바른크기로 부풀어 원래 모습의 확실한 남자와 여자가 되어 발 빠르게 걸어 간다.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밤의 플랫폼에 남겨진다. 
차갑고 커다란 손바닥에 푹 싸여.
아파트에 도착해 나는 어깨에 맨 가방을 내려놓고, 반지, 귀걸이를 빼고, 손목시계를 풀고, 스타킹을 벗는다. 그리고 커튼을 친다. 
벗은 옷을 깔끔하게 옷걸이에 걸고 나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진다. 몸이 무겁고, 머리도 무거워 빈사상태다. 데굴데굴 굴러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아앗, 우웃 하고 신음해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팔다리를 파닥거려 본다.  고독은 1그램도 줄지 않는다.
" 바보같아. "
나는 얼굴에 흩어져내린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쓸어 올리며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팩에 바로 입을 대고 마신다. 
제대로 컵에 따라 마시기보다는 고독하지 않은 기분이 들기에. 
에미는 집에 없었다. 자동 응답기의 깍듯한 말씨의 녹음을 끝까지 듣고나서는 나는 그대로 수화기를 놓았다. 마치코도 집에 없었다. 
아이도 집에 없었다. 히로코에게 걸자 두번째 신호에 갑자기 본인이 받아,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히로코가 여덟시에 집에 있다니 드문 일이다. 
나는 주소록을 뒤적여 다른 아직 귀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 없는지 생각한다. 
이렇게 전화를 마구 걸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고독해지는 것이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혼자 방에서 멍하니 tv라도 켜서 떠들썩한 소리를 흘리면 한층 고독해지는 것과 같다. 
누구라도 천지신명에 맹세코 누구라도 타인의 고독은 구원할 수 없다.
세면대에 가서 콘택트 렌즈를 뺀다. 거울에 비친 흐릿한 얼굴. 
나는 내 뒤에 있는 교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교지는 팔로 나를 감싼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양팔에 힘을 주며 - . 
교지는 아직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교지의 자동응답기는 언제나 상당히 재미있다. 
배경 음악으로 우에키 히토시의 음악이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교지에게 전화를 걸 수 없다. 
이럴 때 애인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젤 타입의 클렌징으로 화장을 지우고, 세심하게 얼굴을 씻으며 나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물을 튀기며, 이따금씩 경련을 일으키듯 오열하면서 나는 언제까지고 얼굴을 계속 씻는다. 
예컨대, 내가 교지를 더욱 열렬히, 마음 속 깊이, 정말 죽도록 사랑하고 있으면 문제는 없다. 
지금 교지의 회사에 전화하면 분명 함께 식사하자고 할거다. 
교지는 좋은 사람이지만 왜 열렬히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왜, 둘 다 고독이 짙어지곤 하는 것일까.
가령 내가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고 있으면 좋겠다. 
더 솔직한, 더 착한 딸이면 좋겠다. 집까지는 전철로 30분.
전화로 운좋게 동생을 붙잡으면 차로 데리러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리운 식탁에서 네명이서 식사할 수 있다. 
왜일까? 도대체 왜, 그게 이렇게 싫은거지? 지긋지긋하다. 넌더리가 난다. 
농담이 아니다. 혼자 있는 게 아직은 더 낫다.
뺨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얼굴을 씻고, 두툼한 수건에 얼굴을 묻으며,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는 그런 다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런 밤은 파를 썬다. 잘게, 잘게, 정말로 잘게. 
그러면 아무리 울어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해결된다. 
파의 색, 파의 모양, 파의 냄새, 손 끝에 보들보들하게 느껴지는 파 표면의 감촉. 
파를 써는데 다시 눈물이 밀려온다. 눈앞이 엷은 녹색으로 흐려진다. 
나는 울면서 파를 썬다. 밥솥의 스위치를 켜고 파를 썰고, 된장국을 끓이며 파를 썰고, 두부를 자르고 또 파를 썬다. 일심불란하게 마치 기도인지 뭔지처럼. 
누군가에게 혼이나면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을까? 난 마음을 고쳐먹고 싶은 것일까? 
뭘 어떻게. 
작은 식탁을 차리며 나의 고독은 나만의 것이라 생각했다. 
흐느끼며 젓가락을 놓고 간장 종지를 꺼낸다. 
산더미처럼 썬 파를 된장국에 잔뜩 넣고, 찬 날두부에도 잔뜩 끼얹는다. 
내일이 되면 상쾌한 얼굴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회사에 갈 것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나는 울음을 그치고 밥을 먹는다.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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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
2014.03.09 19:39 분류없음

징가에서 받은 티셔츠 중에 새파란 티셔츠가 있다. 오늘 그 파란 티셔츠를 입고 줌바를 갔는데 거울속 비치는 나를 보니 연고전이 떠올랐다. 오늘따라 춤도 단순한 동작이 많아서 술먹고 뛰고 방방 거리던 대학교 1학년때 때 생각이 났다. 심지어 내모습도 그 때와 그렇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아닌가. 안 늙었다고 우기는 건 나뿐인가.

어릴 때는 자기 옛날 얘기를 하는 선배들, 어른들이 굉장히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가 옛날엔 말이야.. ' 소리를 많이 하지.  


그런데, 나이들고 보니 서른살 내인생도 꽤 재밌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어린아이이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곰씹을 기억도 많아진 것일 뿐이었다! 다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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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
2014.03.06 10:39 Scrap








좋아서 하는 밴드 - 달을 녹이네.


그러고보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늘 겨울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상 가득히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도, 추운 겨울 아침 쨍하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시는 것도, 겨울밤 숨을 쉴 때 하얀 입김이 어리는 것도, 호호 불어가며 오뎅이니 붕어빵을 먹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웨터니 목도리가 좋아진다. 옆에 있는 단단한 사람에게 얼굴을 파묻고 싶어진다. 생일이니 크리스마스니 설날이니, 송년회며 신년회까지 들뜨는 이벤트는 내게 늘 겨울이었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득 올해는 겨울없이 한해를 끝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차가운 공기, 따뜻하던 겨울날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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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