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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12.30 연기를 쓸 시간
2016. 12. 30. 17:31 카테고리 없음

일기 말고 일년정리 연기. 



재미없는 인간이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은 건 글 쓸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content 가 없어서였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뱉어놓을 글과 생각이 없었다. 일이 힘들어서였는지 그냥 슬럼프였는지 글을 읽고 생각을 하는 대신 멍때리고 싶어서 티비를 보며 게임을 했다. 아이패드에 드라마나 쇼 하나 틀어놓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치우고, 티비 보며 게임을 하다가 잤다. 술을 엄청 마시고 쓸데 없는 소리를 하거나 심지어 쓸데없는 소리도 안하고 죽은듯이 잤고 다시 깨서 별 거 안하고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다가 주말이 가면 울상을 지었다. 사람을 만나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술을 퍼 마시거나 그것도 귀찮을 땐 혼자 마셨다. 일을 하면 생각을 해야하는데 에너지가 마구 뺏겼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쇼핑하고 싶은 것도 없고 집에서 안나가고 (그래서 돈은 좀 쌓였다)  그렇게 좀비처럼 몇달을 산 것 같다. 가끔씩 더 힘든 날만 있었다. 일은 그래도 많이 했고, 굉장한 상품을 내손으로 발굴해 런칭까지 했고, 일적으로 이룬건 어마어마하게 자랑스럽다. 내 그릇에 넘치는 일을 이끌다보니 허덕인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릇이 커졌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으나 허덕이면서 끌려가다보니 생각하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도 있다. 


한국와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2016년 읽은 책 수는 12월 14일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0권이었다. 똑똑한 친구들이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데 재밋어, 라는 대화가 나오면 멍때리면서 아 이런 지적인 대화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답지 못하게 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한국에 와서 책 10권쯤 들이마시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전히) 잠도 많이 자고 가끔씩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정신차리고 있다. 한동안 쇼핑욕도 없다보니 가끔씩 사고 싶은게 생기면 가격표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훅 사버리는데 한국에 와서 그 버릇으로 엄청나게 돈을 써댔다. 사고 싶은게 많더라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일 외에도 흥미로운 것들이 다시 생기고. '교과 외 활동' 을 엄청나게 일을 벌이며 즐거워하던 내가 그립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