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Archiv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15. 9. 10. 15:18 카테고리 없음

잊기전에 적어놓기. 


징가를 떠날 떄에는 마음이 후련했다.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하나도 한 섭섭하고 그저 후련했다. 그렇게 후련한 게 미안해서 안 들키려고 조심스럽게 페이스북 포스팅을 적었을 만큼. 굿바이 이메일도 며칠전 부터 적었는데 정말 아주 담백하게 적어야지 싶었다. 다 지우고 모바일로 5줄로. 그동안 고마웠어, '친구들과' 일할 수 있어서 기뻤어, 안녕! SKT 를 떠날 떄 작별인사는 왜 그렇게 징징거렸는지. (머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떄는.)

징가에게는 그저 고맙다. 미국 직장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것, 나를 '훈련'시켜준 것, 미국 직장답지 않게 많은 '친구들'을 만든 것, 존경할 수 있는 롤모델을 만난 것, 그리고 몇년만에 다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이곳에서 만나고 어울릴 수 있었던 것. 어찌보면 MBA보다 훨씬 호되게 더 많이 배우는 경험이었다. 나를 완전히 바꾸어논 소중한 경험이고 다시 뛰어들 경험이지만 더이상 이곳에 남을 이유는 남지 않았다.  



페이스북 시작 2주차.

첫주는 교육이나 받고 이렇게 널럴할 수가 없다. 하루에 두세시간 교육받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완벽하다. 불안한 점이라면 일을 엄청 많이 할 것 같고 잘해야할 것 같은 정도.


오래전 일기를 읽으니 징가를 시작하던 날에도 세뇌를 당했다. '우리는 게임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 ' 라고. 그때는 동감할 수 없어 아 난 게임산업 안좋아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여기 왜 있지라고 자괴감이 들었는데, 페이스북이 미션에 대해 말할 때는 내 뇌에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스피커로 선 Alex shultz 는 커밍아한 경험에 대해 말햇다.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커밍아웃을 당한 대학생 때, 세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고. 첫번째 게이를 지지하는 부류, 두번째 끝까지 싫어하는 부류, 세번째 게이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으나 자신을 알고 자신의 친구였기 때문에 의견을 바꾼 부류. 세번째 부류를 보고 단순히 몰랐던 것이었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소통할 수록 세상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생긴다는 걸 믿는다고 했다. 미국 사람이 이라크 친구가 있었더라면,  이라크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열리고 더 연결된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런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게 말을 했다. 


아 낯뜨겁게, 거대한 미션을, 자신이 하고 있다고 말하다니, 나는 덩달아 내 진심을 들어내놓고 공격 받을 까봐 volnerable해진 느낌이었다. 저거 내가 2006년에 유니세프에 자기소개서 쓰면 했던 얘기인데. 부시가 이라크에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 있었고, 사람 사는 사회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너무 나이브하게 오바하는 것 같아서 낯뜨거워지는 그렇지만 정말로 믿고 있는 미션. 그 다음 발표자도 그 다음 발표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Impact 를 끼칠거야 소통과 열린 세상 같은 단어를 하루에 스무번씩 듣고 문득 거대한 언어들이 식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믿고 있던 것들이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프로파간다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실리콘밸리의 아주 식상한 전형적인 모델이 된 느낌이다. "테크가 세계를 구원하리라" "더 열리고 더 소통하는 세상" "다양성에 대한 존중" "더 효율적인 집단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것" "일을 잘하는 사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잘하는 자가 잘된다 잘하는 자에게 투자를" 같은 가치들을 그대로 믿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소개를 하라 그럴 때 여행을 많이 다녔다, 뉴스 관련 스타트업을 했다, 정보의 확산과 열리고 소통하는 세상을 믿는다, 같은 걸 말하면 남들과 너무 비슷한 사람이므로 잊혀진다. 말하나마나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저 말을 하고 있는 페북 직원의 절반은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따라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나 절반은 나와 같이 진짜로 이걸 믿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리라. 내가 식상한 인간이 되었다고 one of them 이 되었다고 어쩐지 허탈한 느낌에 빠질 것이 아니라, 잘 찾아왔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잘 찾아왔다고 기뻐할 일이다. 근데, 여전히 기분이 이상하다. 




+ 그리고 이어서 몇개 더. 알렉스 슐츠의 스피치는 여러가지 페북의 비젼과 프로덕트에 얘기하는데 숨김없고 탁 털어놓아서 좋았다. 이를테면 중국 진출이나 악플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못하고 있다고 최대한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대응하고 있으나 문제가 많다고, 어떻게 고칠지 아이디어 있으면 들어와서 고쳐달라 했다. 실제로 그렇게 아무나 뛰어들어 고친 문제가 많은 듯했고, 대기업이라는 걸 믿을 수 없게 열려있는 조직이란 걸 느낀다. 

일주일 부트캠프하면서 안 건 모든 코드가 다 열려있고, (심지어 회사 밖에도 열린 오픈소스가 많다) 사내에서 보낸 메일은 테스크로 갈무리 되어 모두에게  노출되고 누가 멀하고 있는지 거의 모든 게 투명하게 노출된다. 문제를 발견하면 아무나 뛰어들어 고친다. 진짜로. 

느낀거 몇가지는 이번주 내로 더 적어놔야지. 안 그러면 까먹을 듯.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