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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3. 20:54 카테고리 없음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 

 

나는 여느 12월처럼 한국에 왔고 눈이 오고 있고 한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작년 (2019년) 제작년 (2018년) 트위터 타래를 읽다보니 멀했는지 모르겠는 한해를 쓰면서 정리했구나. 2020년은 세상은 미쳐돌아가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이루고 달라져서 그 어느때보다 다이나믹하고, 2013년 이후로 최고의 해였다. 내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한해였는데, 이걸 트위터에 적자니 어딘지 미안하고 스스로 검열하게 되어 조용한 (It is supposed to...) 이곳에 적어본다.

 

1. 올해의 사건 : 순서대로. 1) 집착하던 회사를 떠나 다르게 살아보는 연습을 했고, 2) 사랑에 빠졌고, 3) 부자가 되었다. 

중요한 순으로 재나열하면 사랑에 빠진 것부터. 2020년 대부분 시간을 그와 보내며 웃고 떠들은 것.

나는 정말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못할 줄 알았다. 내 안의 사랑은 다 소진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거, 그게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 혹시 잘 되지 않더라도 내가 다시 이렇게 누구를 좋아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자라고 마음 관리를 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다른 모든 Distraction 을 끊고 서로만 쳐다보며 24/7을 보내는 말도 안되는 세팅이었는데, 비현실적으로 돌아가는 바깥세상과 빠르게 변하는 우리의 관계가 어느날은 말도 안되는 꿈같이 느껴지고 또 다른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삶에 (폭력적으로) 스며드는 게 (스스로에게 놀랄만큼) 좋았다. 나 남자친구랑 너무 많은 시간 보내는 거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며시 스며드는 게 아니라 굉장히 intense 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좀 내적 반발감이 들던 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까마득한 예전의 일 같다. 

 

2. 올해의 마음의 변화: 부자가 되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새로운 회사에 오퍼를 잘 받았고, 그 주식이 몇배가 뛰어버리는 바람에 이대로 4년 안잘리고 버티면 부자가 될 것 같다. (아직 아니다) 부자라는 것은 개인적인 마음의 기준이라, 내 기준에 부자인데, 이 주식 다 받고 나오면 나는 스스로 정한 fuck you money 는 벌 수 있을 것 같다. (맘에 안들면 언제는 fuck you 하고 돌아나올 수 있는 돈). 명품 가방이나 명품자동차를 실컷 살 수 있거나 큰집을 살 것도 아니지만 어차피 그리 큰 물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가 생긴 지금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회사 4년 더 다닌 후에) 내가 장기적으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먼가 좀더 맘편하게 생각해보기로 했고, 그로서리 쇼핑 가서 가격표 안 보고 좋아하는 고급 식재료 실컷 사고, 매달 정기적으로 청소서비스도 받기로 했다. 이레저레 나를 잡고 있던 굴레들이 없어지면서 (아직 없어진건 아니고 그 trajectory에 있다 정도지마는) 마음이 편해졌다. 나이가 들면 경제적 자유가 가장 중요한데, 먼가 인생의 큰 한 부분이 해결된 느낌이다. 

 

3. 올해의 여행: 발리 한달 

발리에 가서 리모트 워킹 하겠다는 얘기를 5년전부터 했는데 드디어 집착하던 전직장을 떠나 새로운 라이프를 시도해보았다. 2월 내내 '살면서' 있었던 발리에서는 요가든 서핑이든 매일 운동을 했고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아주 건강했다. 책도 많이 보고, 샌프란시스코 집을 에어비앤비 돌리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를 시험해본 의미있던 여행. 이렇게 살고 싶다! 

 

4. 올해의 커리어 교훈

내가 하는 일의 임팩트,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 내가 받는 연봉 이 세가지가 꼭 상관관계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주 관련이 없겠냐마는, 노력을 들여도 임팩트가 없기도 하고 실력이 성장해도 바로 승진이나 연봉으로 보상되지는 않는다. 보상은 선형으로 성장하지 않기도 하고 운에 따라 안 돌아오기도, 넘치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므로, 괜찮다. 큰 틀에서 언젠가 조정되겠지. 지금은 먹튀-_- 가 되어버렸지만, 그또한 괜찮다. 죄책감 가질 필요없다.  좀더 구체적인 이직 교훈은 트위터 타래. 

 

5. 올해의 좋은 습관: 달리기. 

올해 배운 가장 즐거운 습관은 단연코 달리기. P가 함께 달리며 잘한다 잘한다 해준 것도 으쓱했지만 같이 아름다운 곳을 돌아다녀 뛰는 재미가 있었다. Mori's point 도 Ferry building 도 그와 뛰면 즐거웠다. 노을 무렵의 산타바바라도, 말리부 비치도, 마우이 해변도 행복했다. 나이키 러닝 코치를 들으며 coach Banette 덕분에 왜 달리기가 즐거운지 (드디어) 깨달았다. 나 지겨워서 요가 하며 메디테이션 못하는 사람인데 달리며 땀흘리며 듣는 메디테이션은 잘 들린다. 평생 취미로 일주일에 한번씩 슬슬 달리고 싶다.

 

6. 올해의 비디오: 홈트레이닝 비디오, Pamela 와 Coach Kel, Shount T Insanity

홈트레이닝이 완전히 습관이 되어 거의 매일하는 것도 자랑스러운 올해의 습관. 집에 있으니 시간이 되서 일주일에 5번쯤 한 것 같다. (여전히 두꺼운 지방층 밑에 있는) 배가 딱딱해졌다. 

 

7. 올해 버린 나쁜 습관 : 술 줄였다!!

나 정말 3-4월까지도 일주일에 서너번 술 먹고 그 중에 한번은 대만취 하는 작태를 못 버렸는데 P 와 놀며 많이 줄었다. 기특하구나. 별거 아닌거에 기특해함

 

8. 올해의 안좋은 뉴스 : 가성근시, 목디스크

이렇게 잘 살았는데 스마트폰을 너무 들여다봐서 가성근시가 더 나빠졌고 목디스크까지 걸리며 드디어 나이가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말 건강건강 거리고 사는 나이가 되었구나 ㅠㅠ 

 

9. 올해의 쇼핑

 

10. 올해의 책 : 빠칭코? 

 

11. 올해의 곡 : Spotify 는 When I fall in love 가 젤 많이 들은 곡이라는데 믿을 수 없다. Supermassive 의 The one 으로 할래. 훨씬 세련된 사랑 고백이고 일렉이고 달리기할 때도 잘 들었고 나만 좋아한 곡이다. (내가 발견한 곡은 늘 더 뿌듯) 

 

12. 올해의 hobby : 이게 취미생활 맞나, 요리. 원래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데 테크 회사의 공짜밥도 사라지고, 옆에서 신나서 잘 먹는 애도 있고, 코로나 와중 놀러나갈 곳은 그로서리 쇼핑 밖에 없고, 암튼 요리만 실컷했다.  

 

13. 올해의 티비: 엄 열심히 본게 없다. 천인우 갓인우가 되버린 하트 시그널? 

 

14. 올해의 성공 투자: Square 만세! 만세!!! 

 

15. 올해의 망한 투자: 테슬라를 너무 일찍 판거... 아 배 아파. 

 

16. 올해의 레스토랑 : 대호. 샌프란에 정말로 '좋아하는' '인정하는' 한국 음식점이 생겼다! 

 

17. 올해의 와이너리: Donum Estate. 아 진짜 너무너무너무 최고였다. 와이너리에 뚝 떨어진 미술관. 꿈같은 공간.

 

18. 

 

 

posted by moment210
2020. 5. 30. 04:37 카테고리 없음

그래서 왜 스퀘어를 갔는지 좀 정리해보자. 마지막에는 로빈후드도  스퀘어도 너무 가고 싶어서 "어딜가도 FOMO (Fear Of Missing Out) 이 올거야 아아악 이었는데 결국에는 Pro/Con 적어보고도 안되서 Criteria 적고, 가중치 적고, 점수 매긴후 곰곰히 생각해보며 결론을 내렸고 후련하다. 

 

스퀘어 롤 디스크립션: 

Company Description

Square builds common business tools in unconventional ways so more people can start, run, and grow their businesses. When Square started, it was difficult and expensive (or just plain impossible) for some businesses to take credit cards. Square made credit card payments possible for all by turning a mobile phone into a credit card reader. Since then Square has been building an entire business toolkit of both hardware and software products including Square Capital, Square Terminal, Square Payroll, and more. We’re working to find new and better ways to help businesses succeed on their own terms—and we’re looking for people like you to help shape tomorrow at Square.

Job Description

In March of 2020, Square became the first major technology company to receive a bank charter from the federal government. We will use our charter to build remarkable financial services for small businesses, and to support other banking products at Square. 

We are hiring for a Deposits Product Lead on our Capital team to set the strategy and drive the execution for all seller-facing deposit products in Square’s Bank. In the next one year, your focus will be building and growing a Square Savings account. Beyond that, you will lead our expansion into new deposit products. 

This is a very senior individual contributor role. As our product line matures, you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grow the team. You should have a love for building new products, and have a demonstrated track record of taking a product from concept stage to initial traction.

You will:

  • Work with Leadership to set our deposit strategy and take accountability for hitting the deposit targets we have set with the FDIC.
     
  • Work across functions to design, build, and grow a remarkable Savings product for small businesses.

Qualifications

You have: 

  • At least 7 years building products as a Product Manager, Designer, Engineer, or Founder
     
  • Taken a brand new product to market before
     
  • Some experience working at a fintech or a financial company is preferred

 

 

 

- 작은 회사, 좀더 직접적으로 주요 프로덕트 결정에 영향 끼칠 수 있는 곳: 처음부터 이직할 때 가장 큰 목표는 Big Tech 에서 나가는 거였다. Big Tech의 미래는 창창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 된 사회에서 FAANG은 아무나 들어오기 힘든 Entry Barrier 를 만들었고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 스타트업이 더이상 따라 잡을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규제가 가장 큰 위험이었는데 그나마도 COVID 이후 사라지면서 향후 몇년간 성장은 걷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식도 Big Tech 중심으로 사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 그 안에서 나의 성장과 만족은 다른 문제다. 그나마 가장 move fast break things 를 외치며 공격적인 스타트업 문화를 가지고 있던 페이스북은 관료화되고있고 (필요한 변화다.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사고 안치는 게 빠른 프로덕트 개발 사이클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맞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직원으로서는 별 재미없음) 그 안에서 내 커리어 패스는 정치를 하며 헤엄치는 중간 관리자다. 페이스북에서 마지막 팀은 소상공인 솔루션/ 광고 조직 이었는데 너무 큰 조직이다 보니 일 범위도 다른 팀이랑 겹치고 우리팀이 하는 일을 명확히 정의내려주고 내 팀 지켜주고 하는 정치를 하다보니 재미가 없었다. 구글/우버를 가려고 페이스북을 나가는 건 아니야! 라고 했는데 막상 잡을 구할 때 COVID 가 터지고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는 스타트업 가는 것도 불안해졌다. 결국 구글/우버는 인터뷰를 시작했고 (연봉을 잘 줄 거 같아서 일단 오퍼 받아놓고 연봉협상 용으로 쓰려했음) 두 회사 다 나를 (예상대로) 좋아해줬다. (아마존/애플은 문화가 내 성격과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걸 알고 있었고 넷플릭스도 너무 멀고 딱히 괜찮은 자리도 없어서 지원안함) 구글은 인터뷰 프로세스가 느렸고 우버는 연봉 얘기가 나오면서 오퍼 줄 준비를 하던 중간에 하이어링 프리즈/레이오프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기에 미련없이 둘다 정리했다. 좀더 작고 (천명 이하) 내가 주요 프로덕트 결정에 시니어 리더로서 영향 끼칠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스퀘어는 결론적으로 작은 회사는 아니게 되었는데... 은행 팀은 새롭게 시작하는 작은 조직이라 ("Square Bank") 큰회사의 복지는 지키고 작은 회사의 문화는 가져갈 수 있을.. 듯.. 아닌가...

 

- 그래도 시리즈 A, B 스타트업의 First employee 는 별 관심이 없었고 (메리트도 없고.. ) 회사를 창업하는 것도 내 길이 아닌 건 알고 있었다.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Honest overconfidence") 가 없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건 별로 신나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는다. 어느정도 감이 잡힌 상품을 확 키우고 살려주는 게 훨씬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초기 스타트업이 접근해오면 얘기는 했는데 나도 그 쪽도 서로가 잘 맞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리즈 D,E 이상 자리 좀 잡히고 키울 준비가 된 Pre-IPO 를 가고 싶었고 Grammerly, Cloudkitchen, Robinhood, Zoom, Airtable, 등이 사이즈나 스테이지 상에서는 가장 흥미로워보였다. 그런데 작은 회사들이고 피엠이 다섯명-열명 정도 수준인 이 회사들은 현재 필요한 능력이 너무 명확해서 (Grammerly 는 테크니컬한 피엠을 원했고 클라우드키친은 유통 오퍼레이션 ) 딱 프로파일이 맞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다. 어쩌다보니 결국엔 관심있던 회사 중 가장 크고 느린 회사에 가게 되었네. 이게 다 코비드때문에 Risk averse 가 되어서 그렇다. 

 

- 테크의 어느 분야냐는 꽤 열려있었다. 내가 재밌고 Connect 할 수 있는 관심 프로덕트냐, Post COVID 세상에서 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냐정도 보았는데 위에 언급한 회사들 - 푸드체인부터 주식거래, 핀테크, 비지니스 소프트웨어, 엔터테인먼트 등 여기저기 관심있는 프로덕트가 꽤 있었다.

 

- 미션: 리쿠르팅을 시작하며 시니컬하게 '테크가 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해나 안 끼치면 다행이지' 라는 글을 쓰고 시작했는데 결국 스퀘어에 넘어간 건 소상공인을 위해 은행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미션이었다. COVID 가 터지면서 결국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작은 구멍가게주인들, 자기 사업을 만들고 꾸리는 창업가들, 그리고 저소득층 노동자 뿐이었다. 기존 은행업계에서는 비용대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소상공인 상품에 관심이 없고, 스퀘어의 빠른 대출 프로그램의 평균 대출 금액이 몇천불, 그러니까 고작 몇백만원이라는 건 inspiring 했다. 소상공인들의 현금흐름은 16일 버틸 정도라는데 코비드 락다운이 60일을 넘어가면서 그 돈을 못 빌려서 도산하고 있는 거다. 코비드를 겪으면서 비싼 돈 받아먹으며 배부른 투정하는 테크 업계 종사자들이 지긋지긋했는데 스퀘어와 얘기할수록 그들이 뭘 이루려는지 들을 수록 이 난리 와중에 소상공인을 어떻게 도왓는지 들을수록 이 일은 정말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소상공인의 돈관리는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페이스북에서 어떻게 사진을 쉽게 많이 올리냐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 테크업계 처음으로 은행사업자 허가를 받은 스퀘어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리고 갓 은행사업자 허가 받은 스퀘어에서 은행 프로덕트 팀을 세우는 잡이라니, 정말 신나고 들떴다.  "Focus on problem space and the problem you are going to solve. You are going to wake up thinking about that problem for next couple of years" 라는 멘토의 조언이 있었는데, 미션은 사실 그닥 안중요해, 라고 가중치도 많이 안주며 리쿠르팅을 시작했는데 스퀘어에 가서 이 롤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막 가고 싶은 이유를 지어내면서 만들었다.  

 

- Work 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을 완전히 잃고 일만 중시해 온게 4년인데 이제는 정말 남자친구와 가족 같은 다른 가치를 일순위에 둬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사우스베이 출퇴근 하루 두세시간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스퀘어는 회사도 가깝고, Work From Home문화도 당연한 회사라 12월 한달 한국에서 일하기(페북 다닐때 4년내내 이거 했음), 일년에 세달 하와이/발리에서 일하기 등 삶을 좀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을 듯 했다. 물론 리더쉽으로 들어가면 얼굴 보이는 거 중요하고 Work From Home 장기적으로 안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나지만(중요한 프로젝트를 줄 리가 없다) 일년에 두어달 Remotely 일하는 건 삶을 유연하게 해준다. 로빈후드는 들어가면 일도 열라 많이 해야될 거 같고 지금 제일 중요한 숫자 맡아서 키우는 롤인데 커리어 성장에 훅 엄청나게 도움이 되겠지만 일도 엄청 많이 하겠군... 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리어 그로스가 아니라 개인적인 삶이다 라고 한참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다. 로빈후드 들어가는 순간 발란스 잡으려는 노력 잊고 미친듯이 일할 내가 보임. 스퀘어는 길게 꾸준히 프로덕트를 짓는 일이라 로빈후드 그로스 롤처럼 미친듯이 몇달 달리며 일할 거 같지는 않다. 천천히 '옳은' 결정을 신중히 내리는 게 더 중요한 롤.

 

- 같이 일할 사람들, 커리어 성장: 로빈후드는 지금 미친듯이 성장하고 있는데, "그걸 다 내가 했노라"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로스 리드 롤이었고, Pre-IPO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걸 2-3년 하고 나면 다 나 데려가려고 난리가 날 거야!! 리더들과 파운더도 말이 잘 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를 말하고 데이터로 얘기하는 게 너무 편해서, 아 이 문화에서는 나 정말 잘할 수 있는데, 딱딱 머해야할 지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 좋았다. 궁금한거 다 물어보라고 좀 친해진 리더가 회사 셀링을 할 때 웃으며 "Tell me why my life is going to be miserable six months later"  했더니 신나서 어떤 문제가 있을지 줄줄 읊어대는데 아 나랑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비슷하군, BS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게 아니라 진짜 이슈들을 줄줄 읊어대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도 스퀘어는 fintech 에 대해 많이 배울거고, 이건 좀 쌓기 어려운 지식이라 3년후 독보적인 위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분위기도 훨씬 더 차분하고 은행쪽에서 온 지루한 사람도 좀 있고 '어른의 회사' 느낌인데 어린애들이 미친듯이 24/7일하는 컨슈머 텍에 지쳐서 아 여기가서 슬슬 일하며 남이 쉽게 쌓지 못하는 지식 쌓는게 워라밸을 지키며 길게 sustainable하면 좋지 않을까. 내 나이 30대 후반인데.  

 

- 연봉과 복지: 신나게 협상해서 둘다 처음 패키지보다 20% 정도 올랐고, 둘다 내부적으로 escalte 해서 원래 뽑으려던 롤보다 레벨을 높였다. 나를 그렇게 뽑고 싶어해준다는게 몸둘바를 모르게 황송하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연봉과 복지 내 목표를 훌쩍 넘었다. 

 

- 아시안회사 아웃: 틱톡도 세게 오퍼를 줬는데 우와, 영어 안되는 중국 팀이랑 밤 8시에 전화 5번쯤하는데 딱 싫었다. 후와 여기 시장 이해 못하는 중국 아저씨들 설득하고 헤트카운트 따오고 정치하느라 시간 다 보내겠네. 중국애들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일 많이 하고 정치도 해야하는 문화라니 정말 백프로 아웃. 그럴거면 차라리 삼성이나 네이버를 가지. 아 사실 삼성보다는 Toss 이런데 가겠지. 암튼 아시아 회사는 나중에  내 삶에서 한국/아시아 가서 살 마음의 준비가 됐을떄 잔다르크의 마음으로 내가 한국에 여성 리더 문화를 세우겠다...라는 사명감으로 돌아가야 할 듯.  연봉도 꽤 깎여야할 텐데 지금은 그렇게 한국 가고 싶지는 않다. 

 

 

 

+ 글이 이제 정말 한문장에 영단어 세개 이상 안 나오면 써지지가 않는구나. 특히 일얘기는 거의 영어로 생각하다보니 단어는 다 영어. 근데 문장구조는 한글로 써야 생각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아이러니. 하 정말 재수없는 문체지만 이걸 고치려면 또 몇시간 걸릴거므로 그냥 올린다. 

 

posted by moment210
2020. 5. 30. 04:14 카테고리 없음

이번 리쿠르팅은 솔직히 그 어느때보다 쉬웠다. 코로나로 세상이 뒤집히고 난리가 난 와중에서도 내 경력은 누구나 뽑고 싶어하는 레쥬메가 되었고, 진행이 안되는 곳은 하이어링 프리즈 들어갔거나, 뽑고 싶은 인재상이 명확한데 'Fit' 이 맞지 않아서였고 (작은 회사일 수록 필요한 경력이 명확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쑥쑥 진행됐다. 인터뷰를 못해서 '떨어진' 곳은 한 군데 뿐이었는데('D' 회사)  그곳은 나도 별 관심이 없어서 인터뷰 연습용으로 쓰려고 제일 먼저 잡아놓은 인터뷰였다.'D' 회사 백투백 인터뷰 네시간 후 진이 쭉 빠졌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멀 어떻게 말하면 되는지 감이 잡혀서 다 잘했다. 마지막에 네고시에이션을 엄청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나를 꼭 뽑고 싶어하는 곳이 세군데가 있어 가능했다.

성공 분석 타래는 여기: https://twitter.com/ahj_in_sf/status/1262542824630743040?s=20

 

인터뷰 와중에 들은 피드백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몇가지:

 - Instant Games Zero to One experience: 맨땅에 헤딩하며 온갖 이슈를 헤쳐나가며 사람 관계와 자신감 상실에 스트레스로 무너져내렸던 그 일년의 경험을 굉장히 Appreciate 해줬다. 너 정말 굉장히 컴플렉스한 상품을 끌어나가며 온갖 이슈를 다 헤쳐나갔었겠네. 그 경험이면 우리 프로덕트 문제들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 라는 피드백이 고마웠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 때 많이 컸구나. 인터뷰 하면서 이제야 깨닫는다. 어떤 문제를 가져와도 아 나 A 문제가 있었을 때 B로 대응했는데 다시 하면 B-1 로 할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매니저와 맞지 않아 승진도 안되고 고과도 내가 한만큼 인정 못 받은 거 같아 억울하고 힘들었는데 실력은 쌓여서 자산이 되었다. 

- 솔직하고 Humble 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스퀘어에서는 'What was the worst product decision you've made' 라 그래서 아 너무 많은데... 하다가 제일 파장이 컸던 문제를 얘기했더니 넘 솔직했나, (진짜 그냥 잘못된 결정이었거든) 아 우리도 비슷하게 오판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적이 있어, 공유해줘서 고마워. 라고 햇다. 실수해서 배웠고, 이제 같은 실수를 안하면 된다. 예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resilient 해졌다고 스스로도 느낀다. 지금의 나에게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예전의 오판을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걸 거다. 이 블로그 글 보면서 정말 허덕일 떄의 예전 우울한 일기들을 좀 공개로 바꿨다. 이젠 다시 밝고 단단한 나로 돌아와서, '과거형' 이 된 예전의 나를 지금의 내가 되는 '과정' 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 네고시에이션을 이번엔 정말 잘했는데, 결국 끝까지 밀고 당기다 거절한 회사에서 "It was truly my privilege to work with you. I wanted to say thanks for just being a super nice person in general, as so many people get prickly towards the finish line." 라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잘 정리하려는 말인 거 알지만 너 정말 괜찮은 사람 같다고 몇번 들었고 그게 기분히 좋았다. 네고시에이션은 내 선호를 먼저 정하고 2순위 회사가 연봉을 가장 세게 불러서 그렇다면 1순위 회사보다 $$$ 를 더 주면 가야지 라고 생각했고 그얘기를 꽤 오픈되게 잘 프레이밍 했다. "너희 회사 A, B, C가 너무 좋은데 연봉이 다른 오퍼랑 차이가 나서..." 라고 몇번 핑퐁하는 사이 연봉은 올랐다. 이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재수 없는 사람 너무 많은데, 재수 없지 않아도 (Asshole) 충분히 일 잘할 수 있고, 나이스하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평판을 쌓고 싶었다. 솔직 담백하게 요점을 얘기하는 thoughtful, insightful, nice but not easy 한 사람이 되고 싶다. 

 

 

 

 

 

posted by moment210
2020. 3. 10. 10:10 카테고리 없음

비지니스 스쿨을 다닐때, 갓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여 일을 시작할 떄는 스스로를 "Tech optimist" 라고 표현했다. 장난삼아 "테크가 인류를 구원하리라" 라고도 했는데, 그때는 테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있고 그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트위터가 퍼지며 '아랍의 봄'[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광범위한 시민의 저항운동] 이 일었고 나는 Clay Shirky 교수의 How social media can make history 같은 강의를 열심히 찾아들었다. 페이스북에 입사할 때, 게이 VP 가 페이스북을 통해 부모님과 가까운 지인들이 자신의 생활을 좀더 이해하게 되면서 '게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줄었다고 할 때 좀 감동했다. 그래,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면 전쟁을 그렇게 쉽게 일으키지는 못했을 거야, 인류가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좀더 열리고 포용력있고 관대한 그런 사회가 될거야, 너무 이상주의자 같은 이런 일기 조금 부끄럽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라는 일기를 썼다. [여기있네] 교환학생 시절 만났던 유럽 친구들의 최근 일상 사진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방식을 보고 이해하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에 흥분했다. 

컨슈머 프로덕트는 '가지고 놀기' 재미있었다. 내가 만든 작은 프로덕트 체인지에 사람들이 바로 반응하고, 버튼을 하나 더 달고 플로우를 바꾸면 다르게 사용한다. 시뮬레이션 게임하는 것처럼 신나서 프로덕트를 만들었고, 더 잘 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번아웃도 왔다. 

 

테크가 세상을 구원하는 게 아니라 해악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 후 조금씩 하게되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그 이름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미디어가 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그렇게 시작되었던 시민 운동은 우리가 꿈꾸던 민주주의 정권을 낳지 못했다. 아랍의 봄 후 대부분 중동국가에는 극좌/극우/종교펀더멘탈리스트 정권이 들어섰다. 기존의 공신력있는 빅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A 할려면 꼭 알아야할 N가지' 같은 찌라시 기사를 양산하는 버즈피드가 떴다. 빅미디어 기사 질은 점점 낮아졌다. 글과 기사의 제목은 점점 자극적이 되었고, 사실과 상관없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해주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됬다. 가짜뉴스가 큰 화두가 되었다. 중국정부는 머신러닝으로 효과적으로 쇼셜미디어를 모니터할 수 있게 되었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성공한 직업인들이 어떻게 커리어를 키워왔는지 오픈되게 공개하면 어떻게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해야할지 멘토도 커리어패스 정보에도 노출될 기회가 없던 저소득 청년층에게 정보를 '민주화'시키며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격차가 줄어들 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링크드인은 한편으로 학연 지연을 활용하기 쉽게 만들어줬고, 기본적으로 멘토가 있고 커리어 관리의 자세가 되어있는 '가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손주은의 온라인 사교육은 강남에 입성하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하였으나 사교육 시장도 폭발적으로 키웠다.

중앙집권적인 컨트롤을 벗어난 크립토 테크놀로지는 'empowered 개인'이라는 인터넷의 원래 가치와 가장 닮아있는데 아동포르노가 효과적으로 유통되는 공간이 되었고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N번방의 잔혹한 성착취는 기술의 발전 - 트위터, 비트코인, 텔레그램으로 가능해졌다고 한다. 인간이란 이토록 역겨운 존재였던가. 

 

 

이제는 테크 옵티미스트라고 스스로를 부르지 않는다. 

지금은 테크놀로지는 그저 medium, 도구 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불을 발명(발견?) 하면 문명화되며 잘 살게 될 줄 알았더니 그걸 다른 인간 괴롭히는 데 사용하더라 그런거지. 프로필에서 Tech optimist같은 말은 다 지웠다. (변명컨데, 십년전에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고 저커버그 쉐릴 이미지도 좋았다. 나만 멍청한 이십대 꼬마가 아니었다고.) 

 

일에는 회의가 들 때쯤 제대로 번아웃이 와서 거의 뇌를 비우고 허덕댔다. 멍하니 회사 집을 왔다갔다했다. 2016년이었나, 한참 지쳐있을때는 일년내내 책을 하나도 읽지 않았고, 주위에서 조금이라도 지적인 대화가 벌어지면 낄 수 가 없었다. 어려운 주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피하고 지적인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으며 시끄러운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술마시다 자고 그랬다. 그때는 그런 내가 싫었고, 30대 초반이었는데 나이들면 다 이렇게 되는 건가 이렇게 지루한 어른이 되는건가 불안했다.  

 

페이스북이 그래도 좋았던 점은, 트럼프 당선 후 꽤나 솔직하고 오픈되게 우리는 어떻게 실패했는가 겸허라게 "Post Mortem" 토론이 벌어졌다는 거다. 우리가 만든 프로덕트가 어쩌다가 이런식으로 사용된 거지' '이러저러하게 악용된 사례가 있었어'  분석이 내부적으로 꽤 진지하게 토론됐고, 임원진은 '우리가 고쳐야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같이 고치자며 그 팀으로 오라고 햇다. 페이스북이 싫었던 점은 '아 ㅅㅂ 인간은  결국 도구를 주면 이따위로 쓰는 존재로군' 의 시니컬리즘이 허락되지 않고 '자! 우리가 테크로 이문제를 고치자! 할 수 잇어! 화이팅! ' 이라고 지나치게 씩씩하고 자신만만한 캘리포니아 특유의 낙관주의가 가득해서... 짜증났다.

 

 

테크놀로지는 그저 medium 도구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좀더 편해졌다. 이 도구로 일어난 좋은 일도 많다. 이를테면 구글 마케팅 팀에서 이벤트마다 초대하는 박막례할머니는 정말 세계에 자랑해야할 좋은 사례다. 아무도 관심없었을 동네 식당 할머니의 라이프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크게 떴다. 아무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엇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다. 송은이 김숙에 주류 미디어가 관심 가진 것도 주류 미디어가 그들에게 목소리를 주지 않을 때 팟캐스트가 소셜 미디어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채널을 만들어 주었기 떄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가 없었다면 '인터넷 구멍가게' 는 어려웟을 거다. 오프라인 구멍가게는 다 대기업 자본에 밀렸는데, 온라인 구멍가게는 재밌는 아이디어/컨텐츠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효과적으로 작은 광고비를 집행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은 새로운 도구를 만들되, 이게 악용되지 않게 최대한 'Don't be evil'의 자세로 나쁜 케이스를 막는거다. 온갖 사례를 보며 시니컬해져버린 내가 악용사례를 막는 역할도 제일 잘 할 수 있을거다.

내가 하는 일이 대단히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구를 가져오며,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쓰이도록 노력했다! 라고 말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요즘 리쿠르팅을 하는 자세는 그 정도다. Mission Driven Company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리라 는 나이브 함은 별로 없고 적당히 흥미로운 과제에, 번아웃되지 않게 발란스 지키며 적당히 지적 자극을 주는 사람을 주위에 두고 싶고, 내가 만드는 프로덕트는 (어차피 누군가가 만들거) 좀더 안전하고 evil 이 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좋은 방향으로 쓰이는.. 정도 였으면 좋겠다. 소박하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