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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0. 06:04 카테고리 없음

일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바둥거린지가 일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일에 끌려다니며 살고 있다. 


일 외적으로 딱히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일거다. 결혼도 안했고 가족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누구를 만나려면 노력을 기울여야하는데 한두번 데이트하다 말고 귀찮아지면 관두고 또 하다말고 하고 있다. 일 외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뉴스페퍼민트는 관뒀고(남의 글을 옮기는 데 흥미가 떨어졌다) 예전처럼 엄청 열심히 술마시고 클럽다니고 뮤직 페스티벌을 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어를 배운다던가 춤을 배운다던가 신나있는 게 없다. 


일은 잘하고 싶다. 일이 지긋지긋하다고 은퇴하고 싶다고 통장 보며 은퇴연금을 언제 모을 수 있을까 집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래도 일은 싫다기보다 지친 것에 가깝다. 스트레스 받는 건 그만큼 내가 신경쓰고 잘하고 싶은데 못하는 데서 오는 당혹감이 더 크다. 요즈음은 리더쉽 포지션으로 올라가야되서 나만 일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팀과의 갈등 조율, 윗선 관리, 정치, 팀에 일 잘 시키기 같은게 중요해졌는데 잘 못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잘하게 될 조짐도 안보인다. 열심히 하면 늘기야 하겠지만 영어로 한계가 있고 정치도 정말 못하겠다. 엄청나게 오픈된 기업 문화에서 내가 먼가 못할 때마다 피드백이 쏟아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쩔쩔 맸다. 그날의 커디션이 회사 상황에 따라 결정나는 라이프를 보낸 지 꽤 되었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명확치 않은 데서 남의 아젠다를 쫓아다니며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데로 생각하게 된다' 는 말대로 별 생각 없는 일이년을 살면서 직접적인 피드백이 쏟아지는 건 일밖에 없으니까 급급히 일만 보며 살고 있었다. 

내 아젠다에 맞춰서 내게 중요한 일을 벌리고, 바운더리를 세워야한다. 간만에 운동을 가면서 몸매좋고 탄탄한 40대? 아름다운 아줌마를 보면서 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사 디렉터는 별로 내 롤모델이 아닌데, 적당히 성공한 직업을 가지고 (지금이면 충분하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밝게 사는 아줌마가 되고 싶다. 연애를 하던 가족을 만들던 밝고 힙스터스럽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실리콘밸리의 가치를 훌훌 털어버리고 훌쩍 발리로 떠날 수 있는 그런 힙스터로 살고 싶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 끌려다니다가 정신차려보니 열심히 바둥대며 살았는데 내가 원하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는 그런 삶 말고. 


그럴려면 일 조금 더 잘하는 거 보다 꾸준히 운동하고 재밌는 일 만들고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 내 아젠다에 맞춰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우선시하는 라이프를 살아야지. 올해는 인생의 큰 숙제(그린카드, 운전면허, 사적인 일 한두개) 끝내놓고 춤이나 배우러 다녀야겠다. 행복하게 사는 게 내 인생의 골이라는 걸 잊지말아야지 라고 새삼 다짐. 

posted by moment210
2017. 3. 6. 10:49 카테고리 없음

한달 늦게 쓰는 생일 일기. 


베를린은 굉장히 좋았다. 춥고, 피곤하고, 얼굴은 다 터버려서 갔다와서 일주일간 고생하고, 어느 역사적인 생일파티처럼 신나게 놀아댄 건 아니었지만 요즈음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서유럽은 엄청 돌아다녔지만 베를린은 처음이었다. 일요일 오후에 도착해서, 친구들이 있다는 독일 역사 박물관을 가서 역사순으로 시대를 밟아갔다. 20세기까지 머 별거 없자나라며 슥슥 지나가다가, 최근 100년에 엄청나게 매료되서 완전 집중해서 보았다. 백년전 경제 불황에서 사회문제가 커지면서 조금씩 배타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사상이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인종을 배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나찌의 캐피탈이 되고, 어느 순간 조직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색출해 학살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어있다. 르완다 호텔에서도 말을 잃었고 캄보디아 학살 현장에서도 숙연해졌지만 나찌는 엘리트들이 조직적으로 학살의 현장을 만들었다는 데서 다르게 두렵다. 캄보디아는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 엘리트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데서 끔찍하지만 (안경을 쓰고 있거나 손에 굳은 살이 없으면 학살했다고) 나찌는 인간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정치인이 효과적으로 군중을 조종했다는 데서 두렵다. (나찌는 민주사회에서 선거로 당선된 정권이다)  처음에는 이거 최근의 트럼프 사태와 비슷하자나, 라고 투덜대다가 이건 비교할 수 없이 심하다는 결론.

권위주위와 계급을 강조하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건축 양식. 그리고 냉전시대로 넘어간다. 개성이라고는 없는 무뚝뚝하고 추레한 회색의 공산시대 건물. 정치 분쟁이 끊이지 않고 불안한 사회에서 계속 서베를린으로 도망쳐 오는 사람들. 억눌린 사회에서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흔적이 사방에 남아있다. 강렬한 벽화, 꿈틀대는 그림들.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더욱 꽃핀다. 테크노 음악이 태어나고 그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이 열리고, 서베를린의 부유한 문화가 동베를린에도 스며들고. 흑백필름이 보다보면 북한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베를린은 유럽에서 제일 열린 이민 정책을 피는 '실리콘밸리'가 되었다. 개발자들과의 미팅에서 독일인은 거의 없고 러시아/동유럽계 개발자들이 대부분. 베를린에서 꼭 먹어야할 음식은 터키인의 영향을 받은 커리소시지. 주말에는 큰 아시안 마켓도 열린다. 시리아에서도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았다. 은근히 배타적인 유럽 사회에서 이민자들이 넘어올 수 있는 사회가 되었고, 그렇게 테크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근교도시, '북쪽의 피렌체'였다는 드레스덴에 갔는데 거기서도 데모 중. 시리아의 난민들을 보호하자는 시위와 시칠리아에서 넘어오려던 난민들을 받지않아 수백명 보트피플이 바다에서 죽어간 사건을 추모하는 전시회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는 극우시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독일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독일인이 좋아졌다. 독일인이 저지른 악행은 어느 인류사보다도 잘 알려져있는데, 이는 독일인이 자신들의 잘못을 명료하게 정리해논 데서 시작한다. (물론 유태인들의 정치적/재정적 후원도 든든하다) 독일의 기초교육 12년을 받은 사람이라면 유태인수용소 학살의 현장을 세번 이상 방문하게 되어있다는데, 역사를 이토록 정직하게 뒤돌아보고 아주 명확한 언어로 몇명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학살당했는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해놓은 국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한국이 왜 자랑스러운 나라인가 가르치고, 일본 군인이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을 가르치지만 배트남 전쟁에 파견된 우리 군인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가르치지 않지 않나. 역사적으로 항상 옳은 일만 해온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 파쇼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르치지 않으면 또 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도 높다. 내 잘못을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후대에 가르치는 사회는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잘 정리해놓아 건축이나 예술에서도 두려움과 격동하는 감정이 느껴지는데, 회사에서 일 관련 메세지는 끊임없이 쏟아져서 대답하다 말고 아 나는 이런 사소한 일에 왜 스트레스 받아 쩔쩔대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굉장히 좋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을 떠나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했고 일하고 싶은데서 일하고 있고 이 먼 곳에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고 와 별 다섯개 짜리 호텔에 호화롭게 묵고 있다. 게이의 결혼이 합법화되고, 이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아 시위하는 것이 허락되고, 무능력한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감사하고 행복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거 가지고 스트레스 받아 안절부절이라니 안네 프랑크에게 얼굴 들 면목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사회에서 아 내가 선택한게 잘한 건지 모르겠어서 스트레스라니, 이 얼마나 First world problem 인가. 그러니 이보다 열배 스무배 백배는 행복합시다. 


생일은 행복해하면서 조용히 돌아다녔다. 성격이 예전보다 내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워킹 투어를 해서 그룹이랑 있었고 친구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생일이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굳이 친구를 만들지도 않았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보고 느끼고읽고 걸어다니면서 좋았다. 드레스덴에서 엄청 추운데 따뜻하고 달달한 글루스바인을 호호 불어가면서 마시면서  저런 소비에트 시대 건물에 안살아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추워지면 책방가서 책 사진 뒤적거리고 예전 필름보고, 가게들 기웃거리고, 유서깊은 백화점에 들러 내게 선물 하나 사주고, 고르메 음식 모아놓은 푸드 코트에 가서 맥주한잔에 소세지 먹고, 아 취하고 기분좋다, 조금더 안주거리 사와 호텔에 와서 쏟아지는 생일 메시지에 대답하다 잠들었다. 예전에는 생일이면 친구들에 둘러싸여서 사랑받고 있구나 헤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하루에 케익 커팅 서너번 하고 누가 미역국도 끓여주고 그러면 행복해했는데, 이렇게 아무 날도 아닌 척 하는게 이제는 더 마음이 편안하고 좋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낸 서른두살 생일은 나답지 않지만 이제는 나다운 것 같기도 하다.




+ 사실 H가 생일 전주에 취직겸 못본지 오래된 겸 이래저래 샌프란에 놀러왔었는데 너무 좋았다. 생일 앞뒤에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거기서도 메세지와 전화는 했으므로 괜찮았던 건지도. 예전에는 막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줘야햇는데, 나이드니 다들 바빠서 문자 전화만 해줘도 충분히 행복하다. 또 굳이 전화해주지 않아도 그렇게 재차 확인해주지 않아도 내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posted by moment210
2016. 12. 30. 17:31 카테고리 없음

일기 말고 일년정리 연기. 



재미없는 인간이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은 건 글 쓸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content 가 없어서였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뱉어놓을 글과 생각이 없었다. 일이 힘들어서였는지 그냥 슬럼프였는지 글을 읽고 생각을 하는 대신 멍때리고 싶어서 티비를 보며 게임을 했다. 아이패드에 드라마나 쇼 하나 틀어놓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치우고, 티비 보며 게임을 하다가 잤다. 술을 엄청 마시고 쓸데 없는 소리를 하거나 심지어 쓸데없는 소리도 안하고 죽은듯이 잤고 다시 깨서 별 거 안하고 생각없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다가 주말이 가면 울상을 지었다. 사람을 만나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술을 퍼 마시거나 그것도 귀찮을 땐 혼자 마셨다. 일을 하면 생각을 해야하는데 에너지가 마구 뺏겼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쇼핑하고 싶은 것도 없고 집에서 안나가고 (그래서 돈은 좀 쌓였다)  그렇게 좀비처럼 몇달을 산 것 같다. 가끔씩 더 힘든 날만 있었다. 일은 그래도 많이 했고, 굉장한 상품을 내손으로 발굴해 런칭까지 했고, 일적으로 이룬건 어마어마하게 자랑스럽다. 내 그릇에 넘치는 일을 이끌다보니 허덕인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릇이 커졌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으나 허덕이면서 끌려가다보니 생각하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도 있다. 


한국와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2016년 읽은 책 수는 12월 14일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0권이었다. 똑똑한 친구들이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데 재밋어, 라는 대화가 나오면 멍때리면서 아 이런 지적인 대화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답지 못하게 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한국에 와서 책 10권쯤 들이마시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전히) 잠도 많이 자고 가끔씩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정신차리고 있다. 한동안 쇼핑욕도 없다보니 가끔씩 사고 싶은게 생기면 가격표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훅 사버리는데 한국에 와서 그 버릇으로 엄청나게 돈을 써댔다. 사고 싶은게 많더라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일 외에도 흥미로운 것들이 다시 생기고. '교과 외 활동' 을 엄청나게 일을 벌이며 즐거워하던 내가 그립다. 



posted by moment210

B+

2016. 7. 18. 07:16 카테고리 없음

요즘 삶은 꽤 괜찮아졌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는데, 깔깔 거리고, 엉망진창 라이프지만 웃고사는 인생. 


일에 뒤쳐져있다는 부담감이 있고,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아 왜 이렇게 아무도 좋아할 수가 없지 라는 초조함은 있다. 

일도 삶도 연애면 이만하면 꽤 훌륭한데,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을 상상하기가 어려운데 그런데도 그렇게 행복해질 수가 없다는 게 함정. 이제는 한껏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겟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