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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5. 13:35 MBA Life in Sloan

자신감이란 건 참 오묘하다. 


텍사스에 오고 열흘 정도는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텍사스의 자동차 문화가 싫고, (난 어디든 걸어서/대중교통으로/자전거로 갈수 있는 도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 친구도 없고, 차없으니(운전 못하니) 답답해미치겠고, 도대체 여기를 왜 왔을까. 델은 최근실적도 바닥이고, 하드웨어 비지니스는 너무 technical하고 재미도 없고, 속도도 느리며, 새삼 나는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게 먼지 알고 있었는데 왜 죽어라 실리콘밸리를 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끝까지 오퍼 못받아 방학 시작한 후에도 리쿠르팅 하던 친구들도 결국에는 가서 버티면 구하게 되는데 실리콘밸리서 내가 원하는 인더스트리에 작은 스타트업에라도 조인하는게 나았을걸 일찌감치 델에서 오퍼받고 여기도 나름 배울게 있을거 같은데? compromise해버린게 후회됬다. 더 덤벼댔어야했는데. 그 와중에서 business 용 영어는 달라서 잘 표현도 못하겠고 회의가면 잘 안들려서 졸리고. 아 나는 진짜 한심하구나. 그와중에 한국에 갔다와서 외모컴플렉스도 생겼다. 너무 살쪘고 쉽게 피곤해지고 여자로서의 자심감도 없고. 등등. 모든게 싫어서 투덜댈 기운도 없엇다. 




에라니 친구 없는 상태를 기회삼아 살이라도 빼자. 하고 운동과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방에서 멀뚱멀뚱 인터넷 하며 아래 만화를 보다 자극받은 것도 있고.


다이어터. 가난한 성장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잘못된 식습관과 인스턴트 음식, 호화로운 다이어트 계획에 더 주눅들어버린다는 만화 한회를 보고 빠져서 역주행하면서 다봤다. 꽤 inspiring하며 살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만화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6285



어쨌든 그래서, 주 5회 이상 운동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머 할일도 없었으니까..) 매일 땀 뻘뻘 흘리고, 점심 저녁 약속도 없으니 집에서 샐러드나 조금씩 만들어먹고, 처음 운동시작한 날은 3분뛰고 7분 걷기를 반복했는데 2주가 지난 어제는 8분뛰고 2분 걷고있었다. 문득, 내 체력이 는게 보였다.  

퉁퉁한 느낌은 조금씩 없어지고, 살은 겨우 0.5 키로 빠졌지만 (헐; ㅠㅠ) 몸이 건강해지고 탄탄해진게 느껴진다. 


자신감이 많이 차올랐다. 내가 self esteem boost라고 부르는 이런저런 일도 좀 생기고 (헌팅을 받는다던가 하는ㅋ "으아 다행이야 나 아직 안죽었구나 ㅠ_ㅠ" 류의 이벤트들;)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이 생기고 건강하고 튼튼해지니 (참 어이없게도) 일에도 긍정적이 되기 시작했다. 



Dell 에서는 인턴이 메인 프로젝트를 하나 하게 되어있느데 처음 할당받은 프로젝트는 "Workstation을 Virtualization 을 통해 Multiuser가 사용할 수 있게하려고 한다. 경쟁자는 어떻게 하고 있고, 우리가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가져가야할 전략은?" 이었는데 너무 technical한거다. 내 컴퓨터 스펙 봐주는 공대 친구들 붙잡고 하소연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야 나 더블 씨피유가 왜 필요한지 NVIDIA 가 도대체 무슨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워크스테이션을 쓰고 있는 기업고객들을 상대로 어떻게 인터뷰를 하니. 서버 비지니스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고... 게다가 이회사의 프로덕트 라이프 싸이클은 3년씩 돌아간다. 난 내 서비스(프로덕트) 를 1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피쳐 바꿔댔건만, 지독히도 느리다. 답답함.


그래서 프로젝트를 좀더 customer focus 된 걸로 바꿀 수 없냐고 말을 살짝 던졋는데, 적극 지원해주면서 정말로 내가 좋아할 만한 팀으로 바꾸어주었다. 깜짝. 삼성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 확실히 유연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Worktime 도 심각하게 Flexible. 겨울에 했던 스타트업 인턴은 스타트업이라 그렇게 아무때나 출근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아무데서나 일하고 미팅만 나타나면 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미팅에 컨퍼런스 콜로 참석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나 오늘 애 픽업하러 3시에 가야되서 그냥 집에서 일할게. 컴퓨터 앞에 있으니까 아무때나 말걸어도 돼" 라고 아침에 메일 하나 날라오고, 그냥 계속 메신저/전화로 얘기하며 일한다. 

대기업의 bureaucratic 한 부분은 존재한다. 의사 결정이 느려진다던가 보수적인 가치들. 대기업 Corporate America는 삼성이 어디까지 유연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어디까지가 대기업의 한계인지 보여준다. (Dell에서의 인턴 얘기는 담에 다시 정리하겠음)


오기전에 내가 SKT 에서 답답했던 부분들이 SK 때문인지, 대기업이기 떄문인지, 한국이기 때문인지 알고 싶어. 라고 했었는데 꽤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미국의 대기업 - 구글이니 아마존이니 델이니- 에서는 일할 수 있을거 같다. 답답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기업의 힘을 활용해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수도 있다. 모든게 흐릿한 스타트업보다는 사실 롤이 명확하게 잘라지는 대기업에서 일에 집중이 잘 될때도 있다.(그러나 델은 Industry가 영- 하드웨어 비지니스나 B2B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건데 난 사실 둘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됨. ) 


어쩄든 팀은 바꼈고, 전반적으로 자신감있고 힘차졌다. 몸이 만들어지고 여자로서 자신감이 있는건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게 프로페셔널 자신감하고도 연결되는건 참 우스운 일이다. 어차피, 자신감 같은 감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진 않다. 



룸메이트와 가까워졌고, 친구들도 생기고, 식사약속도 우후죽순생기면서 다이어트 플랜은 슬슬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할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론은 운동하자 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정말 불변의 진리. 누군가가 인생의 조언을 구하면 무조건 뭘시작하기 전에 운동하고, 건강해지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게 많아지고, 활기차지고, (정말 아무상관없는 프로페셔널한 상황에서도) 자신감이 생기더이다. 

Pre-MBA 는 머해야되요? 라는 질문을 받을떄 영어공부하세요- 골프좀 배워오세요- 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둘다 맞는 얘기지만 난 배낭여행 두세달후 한참 살사와 쨰즈댄스를 배우며 체력이 최고봉에 있었던게 바쁘고 활기찼던 MBA생활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은게 많아지고 다 하게 됩니다.



2012 여름 목표는 

1. 4-5키로감량, 여름끝날떄쯤엔 10km 마라톤 달릴 수 있는 체력을 키울것.  

2. 까무잡잡해질정도로 Austin의 Outdoor activity 신나게 즐길것. 

3. Full-time Recruiting도 다가오는데 Tech industry insight 키우기 작업. 다시 트위터 뉴스 브리핑을 시작해볼까 생각중. 150자 요약하면서 인사이트 뽑아내는 연습이 꽤 도움이 됐던것 같다. 

4. 영어로 일하기/보고서 쓰기의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것.


자, 으잇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