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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2:01 MBA Life in Sloan/IT

출국 직전에 SKT 동기 선후배들과 술마시면서, 술마시면 진지해지는 주사를 가진 몇 사람, 원래 업계 얘기가 젤 재밌는 사람, 맨날 모바일 업계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떠들다가 마음이 답답해졌다. 마침 그날 악재가 있었다. 카톡의 무료통화 차단. ㅂㅅ같은 SKT가 왜 이렇게 대처를 못하는지, 맞는 전략이네 아니네 내 이회사에서 내 길이 보이네 안보이네 하며 술을 엄청 먹었다. (응?) 


한국 통신사의 mVoIP 관련 논란에서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 명확하게 핵심을 짚고 있고, (SKT 전무까지 하셨던 분이라서) 통신사쪽 입장에서 난리치게 되는 이유를 차분하게 잘 정리해놓으셨다. 이런 인싸이트를 가진 리더 밑에서 일하는 건 꽤 축복받은 일이다. (나는 기회가 없었다.)


mVoIP과 LGU+의 선택을 보는 새로운 시각 - 표면적으론 '파괴적 혁신'이지만 본질은 '규제 게임'

http://shincho.tistory.com/42



예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다.

"아직 다분히 '우리회사' 바라보는 느낌으로 SKT 향한 (근거없는) 비판에 억울해하다가, 문득 그건 본질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건 민심이다. 언제 민중이 정책을 공부해서 정권을 비판합니까. 다 변해가는데 예전의 자기영토를 지키고 서서 안뺏기려는 '꼰대'로만 보일뿐이다. 사실 관계는 알필요도 확인할 필요도 없다. "

작년 3월 31일에 썼던 트윗의 골자. 이런 맥락의 글을 썼던 건 기억나는데 어떤 사건인지 기억이 안나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 이렇게 쌍둥이 사건인지는 몰랐는데 심지어 카톡이 얽혀있었네. 2011년 3월 30일에 카카오톡 가입자가 1천만이 넘어가며 SKT가 카카오톡 접속을 차단했다는 - 전혀 사실이 아니었던- 헛소문이 돌면서 트위터 등에서 SKT가 두들겨 맞았다. 

http://opinion.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043101&g_serial=561908


사실은 아니었지만, 대중의 의심을 살만한 이유가 계속 쌓이고 있었겠지. 비슷한 예로, 얼마전엔 네이버가 타사블로그(티스토리 등)가 검색결과에 뜨지 않게 차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네이버가 정식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http://naver_diary.blog.me/150140493577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조신 사장님의 지적대로, mVoIP논쟁은 규제 싸움이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통신사의 발악이다. 트위터에서 돌던 글중에 "skype가 생겼을때 유선인터넷 값을 올렸습니까? 가격 경쟁 들어갔지" 라고 하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래서 바로그말대로 유선망 사업자들이 수익 못내고 거의 다 망했습니다. 제살 깎아먹기 가격 경쟁에 들어가며 아직도 유선망은 울며 겨자먹기로 SKT와 엮어서 상품 만들어 현금 보조금 갔다 주면서 팔고 있는데, 이미 구축해논 망 활용 안할 수도 없고 큰 손해를 입고 있습니다. 농부들이 배추값 폭락하면 배추밭 갈아엎으면서 그게 차라리 손해가 적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양상.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안하고 싶은 거겠죠.




그러나 내가 답답한 부분은, 그래서, SK텔레콤이 mVOIP가 등장할 줄 몰랐다는 건가? 카톡이 mVoIP할거라고 미리 예상은 당연히 가능한 것 아닌가. 수도 없이 보고서 쓰고 있었을 장면이 눈에 선한데. 사실 disruptive 한 플랫폼 사업자로 재 포지셔닝 할 기회는 몇 번 있었다. mVoIP만 해도, 아예 mVoIP 상품을 스스로 먼저 내놓고 가지고 있는 멜론/영상 사업과 브로드밴드의 소싱능력을 활용해서 멜론/VOD/mVoIP 를 묶은 상품과 함께 내놓고 매출 팍 줄어도 수익은 그렇게 얻은 컨텐츠시장 마켓 쉐어를 활용해 컨텐츠 판매 수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던가, 망사업자가 아니라 그렇게 우기던 대로 플랫폼 사업자, 종합 컨텐츠 프로바이더로 재포지셔닝 하는 등 스스로 확 시장을 뒤집어 버릴 기회가 몇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왜 SKT 에서 어려운지 대답은 사실 내가 더 잘안다. 

싸이월드가 망한 이유 중에 하나로 모바일 대응이 너무 늦었던 이유가 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진짜 느렸고 비직관적이었으며 심지어 아이폰 어플도 굉장히 늦게 나왔다. 그러나 사실 그때 WAP 기반 무선 인터넷 싸이월드 서비스는 꽤 직관적이고 빠르고 예쁘고 쓰고 싶은 서비스 였다는 걸 몇명이나 알까. 'WAP 기반 모바일 싸이월드 정액제'3000원 서비스는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시장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거다. 무선 NATE 사업이 우습게 보이고 아무도 안쓰는 서비스 같지만 2009년경 인터넷 사업본부에서 2조 매출을 내고 있었다. 아, 그중 메시징(문자메시지 등)이 1조 였으니 무선인터넷에서만 1조 매출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욕먹던 스타화보 컨텐츠 판매, 무선인터넷 접속 수입등. 네이버 연매출이 1조 5천억이고  SKT 전체 매출이 12조 정도 였으니 어떤 경영자도 그 1조를 포기할 생각을 못하는 거다. 그렇게 결정은 늦어지고, 혁신을 못하니 가지고 있던 서비스는 망가지고. 


내가 SKT를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로 혁신적이고 꽤나 섹시한 회사였기 떄문이다. Verizon이니 Telefonica니 전세계적으로 잘하는 통신회사를 보면 M&A를 통해 덩치늘리고 자기 하는 망사업을 잘한 거지 SKT처럼 재밌게 일하는데가 없었다. 통신사 월드컵 마케팅, TTL세그먼트 마케팅, 무선인터넷 주도, 세계 최초 모바일결제 사업 시도(모네타/네모: 이제서야 미국은 난리구만), 멜론/싸이월드 키운것, 컬러링 장사, 어느 것도 traditional 한 통신사업자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 (현금이 많았던 게 기인한게 크지만) 이노베이션에 적극 투자해서 사업 다각화도 꽤 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경쟁사랑 일하는 걸 비교하면 확실히 우리 회사 사람들은 훨씬 똑부러지고 디테일까지 깔끔하게 처리해서 짐짓 자랑스러웠다. 



요즈음의 SKT를 보면 완전한 망사업자가 된 것 같다. 한전처럼. 머 한전도 꽤 좋은 회사이고, 또 SKT가 그래서 안된다는 법도 없지만, mVoIP사업 논쟁을 어쩌면 망사업자로서 당연히해야할 수순을 따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래서 안타깝다. 결국에 망사업이라는 건 독과점 사업이고 규제사업이고 반 공기업처럼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게 옳다. 국민한테 두드려 맞는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결국에는 정부 설득해서 (예전에 이동통신 사업권 따오는 것도 정치였듯이) 로비를 통해 돈 벌려고 하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조신 사장님, 맞자나요... 결국엔 로비를 위한 전략싸움인거. 


근본이 망사업자인 SKT에게 진짜 혁신을 기대한 내가 순진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SKT는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모바일 업계에서 '깡패짓'을 할 수 있는 위치다. 

아직도 (한국이동통신사업의 형성 특성상) gate 를 쥐고 있는 SKT는 충분히 카카오톡은 없애버릴 수 있는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국민의 의심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 사실 SKT 입장에서는 허락만 된다면 눌러버리고 싶을거다. 

어쩌면 1등사업자로서 가장 당연한 전략. SKT에게 가장 좋은 전략중에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 전략이 있었다. 다 준비해놓고, 내 시장 먼저 부수지는 말고 남들이 부서뜨리기 시작할떄까지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을 때 런칭. 이건 원래 테크 사업의 기본이지만, 재벌빵집 논란처럼, 무언가를 가진(재벌빵집의 자본이든 망사업자의 구축된 망인데) 사업자가 있는 힘을 활용하는 게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정말로 혁신을 통해 크고 싶었으면 망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로 (이를테면 플랫폼->광고, 컨텐츠, 커머스) 재 포지셔닝 에 성공하거나 글로벌이 됐어야했는데 대기업의 특성상 (CEO목숨도 몇년인 상황해서 누가 감히 disruptive BM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날려버리나) 재포지셔닝은 못했고, 글로벌도 실패한 (이것도 할얘기 많지..) 이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다. 망사업이라도 잘해야지. 망사업자로서 내가 구축한 망에 돈 못받는게 억울한 건 인정. But I expected different things from you.


Biased에 가득찬 포스팅. 내가 좋아하던 회사의 측면들이 자꾸 없어져가서 안타깝다. 애증이 많은 회사라 욕도 신랄하게 한다. 근데 남이 이렇게 SKT 욕한 글 보면 아직도 발끈한다. 난 그 놈의 망할 회사를 왜그리 좋아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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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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