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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07:55 분류없음

오랜만에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 한쪽 벽면이 확 뚫린 까페에서 반짝거리는 햇살이 들어오는 걸 바라보며 맥북을 놓고 몇달만에 일기를 쓴다. 


1월에 휴가가 끝나고 샌프란 돌아오자 마자 전남친(..) 은 세계 여행 갈 기회를 이야기했고, 결국 두주를 맘고생하다 헤어졌다. 그리고 두달은 힘들었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살면서 그가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늘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었고, 슬프고 기쁜 일이 있을 때 나눌 사람이 있었고, 차에 치여 응급실에 실려갈 때 당연하게 제일 먼저 달려올 '보호자'가 있었다. 24시간 내내 곳곳에서 그의 부재가 느껴졌고,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며칠에 한번은 훌쩍거리다 자고, 술취해 안 하던 짓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내 직업이 스타벅스 바리스타 처럼 서서 하루종일 일하는 몸이 바쁜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그 즈음에 했었다. 우울한 생각에 빠질 틈 없이 몸이 바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 쓰러져 자는 그런 삶이였으면 좋겠는데 두뇌 노동을 해야하는 직업인지라 회사에서는 멍 때리며 일하지 않고 집에 와서는 잠도 안오는데 일은 못해 불안하고 초조한데 일에 집중은 안되고 그래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다음날 다시 제대로 못 자 피곤하고 그런 악순환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많이 나아졌다. 혼자 한다는 것에 익숙해졌다. 밥은 혼자 먹는 것이 디폴트고, 자잘한 질문은 문자보다 구글에 물어보고, 하루종일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오늘같은 날 밥해먹고 청소하고 느긋하게 까페에 나와 노트북을 여는 것이 외롭지 않고 기분좋고 편안해졌다. 


일이 많아지면서 일에 집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난 몇달은 일이 바쁜데, 책임감에 질질 끌려가는 모드였다. 주 6.5일 일하면서 꼭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어도 아직 안한 일 해야되는데 못한 일이 생각나서 계속 마음속에 머가 얹힌 것 같았다. 뉴스페퍼민트는 정말 계속 하고 싶었는데, 글을 읽고 쓰고 일주일에 글 하나는 정독을 하면서 생각하는 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라 포기하기 싫었는데 거의 세달을 글을 안읽는 삶을 살고 잇으면서 뉴스페퍼민트 때문에 허겁지겁 아무거나 번역하기 쉬운 것 골라 납기만 맞추고 퇴고도 안하는 걸 보니 쪽팔려서 안되겠다 싶었다. 납기도 몇번 놓쳤다. 자잘한 집안 일 - 세금 보고는 늦었고, 카드 값 안내서 연체된 것도 있고, 잘못 청구된 거 따져야하는데 귀찮아서 안한 거 몇 건, 집은 정말 더럽고, 암튼 머 그렇게 허덕이다가 다 끊어냈다. 뉴스페퍼민트도 쉬겠다고 이메일을 썼고, 회사 일도 몇건은 못하겠다 배째라고 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자리도 안나가고 (해야되는 건 알고 있지만 ㅠㅠ) 대신 푹 자고, 일주일에 두어번 운동하는 것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뉴스페퍼민트 쉬겟단 이메일을 쓸 때는 꽤 괴로웠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관계를 지키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었는데 또 하나 커뮤니티를 끊어낸 느낌. 


그래도 그래서 오늘 맘 편하게 일기를 쓸 시간이 생겼다. 환하게 열린 까페에서 오늘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잘 웃고, 반짝 거리는 햇살을 보며 남의 글 번역하는 거 말고 내글을 쓰는데 집중해보기로 한다. 


일은 괜찮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정말 모바일 게임 없계를 뒤흔들어놀 이니시에티브라고 믿고있고 내가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 이끌게 되다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가끔은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정말 잘 될 수 있고 큰 혁명이라고 깊이 믿고 있고, 한 떄 "아 이런 되지도 않을일을 머하러 해.. 여휴 멍청한 리더들.." 라고 투덜대면서 안 믿는 일을 하던 때와 비교해보면 내가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긴장되고 부담되서 잠을 못자고 두근대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건 정말 다 나하기에 달려서 부담이 되서 죽겟다. 


예전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통찰력을 가진 리더가 존경스러웠다. 리더가 되고 보니 통찰력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더 넓은 시야를 가진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겟다. 리더가 되면 다른 부서들, 남들은 머하고 있고 우리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당연히 더 깊은 통찰력이 생기게 된다. 실무를 하는 내가 생각이 부족햇던 것이 아니라, 그저 역할이 달랐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지성을 가진 사람도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면 더 깊은 통찰력이 생기게 된다. 이를 어떻게 전하고, 잘 활용하는가가 그 사람의 깊이에 달렸는데 요즘 일 잘 못하는 사람/ 의견 다른 사람 잘 못참는 내 급한 성질 머리로는 잘 전파가 안된다. 일에 파묻혀서 괴로워하지 말고 한걸음 물러서서 숨을 크게 쉬고 눈을 뜨고 전파하는 연습부터 해야겟다. 나의 그릇이 커지는게 일도 잘하는 방법이다. 역할이 다르니까. 일에 파묻히지 않는게 일을 잘하는 방법이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파트너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요즘 나는 작은 성공을 축하하지 못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 (volnerable) 하다. 투덜대고 별거 아닌데? 라는 피드백을 듣고 털어버리면 되는데 일에서 받는 작은 스트레스에 전전긍긍한다.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그닥 성공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좋은 파트너라는 것을 다시 절감한다. 안정적인 연애를 할 때의 내가 가장 resilient 했다. 그치만 머 그런 안정적인 관계를 지어나가는 게 쉬운 것은 아니고, 어설프게 데이트 하다가는 더 취약해지니 아직은 그런 여유가 없어서... 


아무튼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행복하다. 다 회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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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