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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12:43 분류없음


시애틀은 춥고 회색이다. 사각사각거리는 산뜻한 빨래 냄새가 나는 호텔 침대에서 푹 쉬고 호텔 자쿠지에서 멍 때리고 낯선 도시를 걷다 보면 기분이 달라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도망쳐 왔는데 더 외롭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게 이 타이밍에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었구나.

집에 가고 싶다. 따뜻한 내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집이라는 환영. 그런데 '집'이 없다. 

샌프란에서는 모든 곳에서 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방 구조를 바꾸고 산책을 나가고 술을 마셔도 어느 순간 조용해지면 더이상 할 수 없는 것들 더이상 기댈 수 없는 것들만 떠오른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으면 크고 작은 일 스트레스를 투덜대는 걸 듣는둥 마는 둥 해주었으면. 나란히 앉아서 기대서 일할 수 있었으면. 바에서 취하면 손잡고 같이 우버를 탔으면. 샌프란에서는 그의 부재가 모든 곳에 남아있어 울고 싶어진다. 초조하다. 불안하다.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져 음악을 틀고 잘 보지 않는 티비소리라도 틀어논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방인 같아 샌프란에 돌아오고 싶었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지겹고 할 일이 없었다. 결혼하고 아기를 키우기 시작한 친구들은 바쁘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내 자리는 없어진 것 같았다. 내 자리가 있는 샌프란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맨로파크 오피스의 내 자리는 여전히 남의 자리 같다. 회사에 내가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고 있는게 들킬까 불안하다. 이러다 잘리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한다. 시애틀 오피스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집은 어디에 있을까.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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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