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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4 09:32 분류없음
2015년을 돌아보는 글을 쓰자, 일주일은 붙잡고 있었는데 노트북을 펼치기가 싫었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의 일기에는 '남은 인생도 2013년처럼 꽉찬 한해가 되게 하소서' (http://embracetheworld.tistory.com/159) 라고 썼는데 2015년은 '앞으로는 2015년 같지만 않도록 하소서' 였다. 여기까지 쓰고 한해를 돌이켜보는데 기운이 빠져서 글을 쓰기가 싫었다.  

그래도 적어보자. 적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도망다니면 한해 내내 왜 그렇게 무기력증에 빠졌었는지도 모른다. 적고, 정리하고, 내년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지.


  • 예전에는 일과 삶을 나눠썼는데 올해는 뒤엉켜 있어서 그냥 시간 별로 쓰련다.
  • Q1/Q2 : 일이 거의 2015년을 무너뜨렸다. 올해 초 징가는 힘들었다. 내 프로덕트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회사는 실패를 이어가고 있었고 똑똑한 친구들은 떠났다. 4월인가, 세 해 연속 18% 레이오프가 있었다. 회사에서 만난 내 인생의 베스트프렌드 둘이 모두 잘렸다. 긍정적인 성격의 둘은 괜찮아 했는데, 정작 내가 속상해서 울었다. 가깝던 이들이 없어지고 회사의 일은 빡세졌는데 건드리기도 싫었다. 새로 온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거나 친해지기도 싶었다. 
  • 이직 준비: 슬금슬금 하던 이직 준비에 듀데이트가 생기니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가고 싶은 회사도 별로 없고, 내가 기여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며 내가 좋아하는 회사는 정말 찾기 어렵더라. 게다가 리쿠르팅은 나의 인생을 되아보는 시간인데, 인터뷰에 떨어지면 자학을 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나를 왜 몰라주는지 짜증나라는 애들이 많은 실리콘밸리 PM문화에서 나는 항상 움츠러든다. 나빼고 모두 훌륭한 것 같다. 자신감은 없어지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못 떠나서 하고 있는 회사일은 견딜 수 없이 싫어지고 그랬다. 
  •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내 탓인가 :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나를 그렇게 몰아간 건 내 문제가 아니었나, 이제 와 그런 생각이 든다. 징가에서는 왕창 레이오프를 한 후에 남은 직원에게 보너스를 줬다. 내가 받은 리텐션 보너스(일년을 더 일하면 주겠다고 약속하는 주식 보너스) 는 내 연봉을 졸지에 두배로 만들어 줄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모두가 그 금액을 받은 건 아니니 인정받았다고 행복해할 만도 했다. (쓰고보니 기특하다.) 근데 나는 이직은 왜이리 어려운 거야! 라고 회사 떠날 생각만 하며 나를 들들 볶고 하고있었다. 가진 것에 행복해하지 못하고 나의 부족함만 보며 안달낸 건 내 탓이리라.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 싫어 울 지경이었고, 인터뷰 준비를 하다보면 또 떨어질 것 같아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 드림잡을 구했다! : 그러던 와중에 최고로 가고 싶던 회사의 드림잡을 얻었다. 나름 이직을 생각하고 소극적이나마 인터뷰를 시작한 게 반년인데 정말 가고 싶던 회사 이 회사 밖에 없었는데, 인터뷰 전날에는 너무 가고 싶어하면 떨어지고 좌절할까봐 일부로 마인드 컨트롤 하던 그런 회사에서 오퍼가 왔다. 기쁜데, 팔짝팔짝 뛰며 파티하기보다 후아 됐다 후아아아아아 후아 드디어 이 굴에서 벗어났구나 다행이야 하는 그런 맘이었다. 
  • 한국과 아시아 여행: 오퍼 받은게 6월 말이었나, 그다음 두달은 쉬웠다. 놀러갈 계획을 세우고 한국과 동남아에 갔다. 푹 쉬고 여행하고 다시 행복한 나로 돌아와야지, 했는데 그 또한 쉽지는 않았다. 혼자 간 캄보디아는 외롭고 약간 무서웠고, (아니 훨씬 위험한 남미를 두달씩 돌아다닐 때는 용감 무쌍하고 즐거워햇으면서! 나이탓인가) 태국은 최고의 친구에 행복했지만 새로운 곳을 보고 싶은 모험심이나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한국은 왜 이렇게 멀어졌을까, 라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 언제할 거냐는 질문을 5주쯤 들었을 때는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고, 미국에 4년을 살면서 친구들과 관심사도 가치관도 멀어진 것 같았다. 미국에 살아서라기 보다는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하는 인생의 큰 변화들이 일어나는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에 내 친구들은 어른의 세계로 건너가고 나는 아직도 철없는 아이 처럼 살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한국 경제도 확 어려워진 게 느껴졌다. 모두 부정적이고 지쳐보였다. 내 친구들의 나이가 어른의 부담감을 깨닫는 시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올 때 마다 어떤 형태로 언제 어떻게 돌아와야하나 고민했는데, 이제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쉬는 동안 다시 신나고 행복한 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 다시,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 자, 이 멋진 직장에서 잘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Q4에 최고로 무너져내렸다. 제너럴 PM으로 뽑혀서 알아서 팀을 찾아야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팀을 구하지 못한 기간이 거의 세달 가까이 이어졌다. 내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무렵 사람을 뽑지않는 팀이 대부분이었고 나랑 같이 들어온 경력많은 PM들 대부분 팀 찾는데 두 달이 걸리는 등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렇게 무시 받는 건 처음이야 자존심 상해라는 얘기를 많이들 했지만 내가 제일 오래 걸렸다 (...) 나의 경우는 내가 재느라고 몇개를 거절하고 한 팀에서 오퍼를 받았다 취소되는 둥  운 나쁜 사건이 몇개 있었다.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할 부장에게서 업무를 뺏고 멍청하게 출퇴근만 하게 하는 것이 한국 대기업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방식인데 나도 팀에 못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부장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사내 리쿠르팅이라는 것이 모두가 보고 있고, 내 평판이 조금씩 나빠지고, 첫 팀을 정하는 것이 이 직장에서 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만 하긴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고 있을 때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성격 때문에 커리어상 발전을 해왔겠지만 괴로웠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왔다.
  • 사고 : 최고로 괴로울 즈음에 차에 치였다. 캠퍼스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치여 앰뷸런스에 실려 응급실에 가서 머리를 꼬맸다. 힘들고 아프고 서럽고 보험 문제까지 다루려니 타향살이의 서러움이 터져 이 때쯤에 거의 무너져내렸다.
  • 이제 12월 말. 암튼 팀은 구했고, 보란듯이 나를 증명해야한다는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근데 올 한 해가 너무 힘들어 커리어 욕심이 되려 사라져버렸다.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다라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재미있게 무언가 만들고 싶다였는데 그게 힘들다면 이렇게 아둥바둥 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에서 무얼 찾고 싶은가, 길을 잃은 기분이다. 항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더 잘 하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려가서 편안하고 싶다
  •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들에 나를 놓아버리지 않기, 대범해지기, 정신건강을 단단하게 다지기, 이런 것들이 인생의 숙제로 남았다. 새해 결심엔 대범해지기 위해 계획을 세워보자

삶 
  • 전반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다: 2013년에는 하나 일 처리 하면 다음 사이드 프로젝트 하러가고 다음 데이트하고 다음 파티하고 먼가 일처리 팍팍하는 모드가 있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하기싫었다. 자잘한 고객센터 전화는 몇달 씩 밀리고 안했고, 뉴스페퍼민트 글을 일주일 한개로 줄이고도 힘들었다. 
  • 무기력증에 빠져 여행도 가기 싫었다.: 움직이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한데 그래도 돌이켜보니 꽤 된다. 1월 뉴욕 출장에서는 베스트프랜드란 정말 마음을 채워주는구나 확인했고 (고마워) 2월 서른살 생일 베가스는 즐거웠다. 5월 코아첼라 뮤직 페스티벌은 한창 스트레스 받을 때라 캠핑하며 짜증만 낸 거 같아 미안하다. 여름엔 태국, 캄보디아, 한국에 갔다. 10월 다시 할로윈에 베가스에 가서 스트레스를 잊은 척했고(잘 되지 않았다) 12월에는 조금씩 치유되면서 미네소타에서 행복한 혜인이를 만나고 12월에는 다시 뉴욕에서 베프들을 만나 좋았다. 쓰고 보니 한국빼고도 두달에 한번은 어딜 갔었네. 많자나!  
  • 힘들다고 의식적으로 주위에 손을 내밀었다: 남자친구만 본 것 같은 일상이었지만 안친한 이들을 만나는 파티에 안갔다 뿐이지 가까운 사람들과는 나름 속 이야기를 많이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MBA 베프들과는 끊임없이 메신저에서 떠들었다. 샌프란 베프 둘은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다. 올해 J, L, K 와 많이 친해졌고 깊은 얘기를 하게 되었다. 4명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를 잘 유지했고, 2명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은 가족 같고, 3명 새로운 친구와 속 얘기를 다 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성공했다. 일기 쓰기 잘했다 안 썼으면 내가 이렇게 풍요로운 한해를 보냈는지도 몰랐을 거다. 
  • 술을 많이 마셨다. 내년에는 술을 줄여야겠다. 

연애
  • 힘든 한 해를 버텨온 건 이 아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없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특히 Q4에 불면증에 시달릴 때는 심정적으로 크게 의존해서 이렇게 불균형한 관계가 되면 얘가 나에게 질릴 텐데, 라고 불안해했으나 그래도 잘 받아주었다. 고맙다. 든든하다.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불안감은 있다. 미래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져서 일단 안하고 있다.

자, 이제 그렇다면 2016년 새해 결심을 세워볼까. 
작년 결심 돌이켜보기 (http://embracetheworld.tistory.com/187)
  • 2주에 한번 글쓰기 : 실패. 그래도 한달에 하나는 쓴 듯. 
  • 글쓸 거리가 생길 만큼 새로운 자극 주며 살기 : 실패. 
  • 5키로 빼기: 실패.
  • 스무살처럼 사랑하기 : 스무살처럼 두려움없이 나를 열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사랑하며 사는 한해였다. 이 정도면 성공
  • 새 직업 찾기. 다시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 새 직업을 찾았으나 재미없다. 절반의 성공.
2016년 골이 명확치 않아 결심 세우기가 너무 어렵다. 
  • 자신감있고 대범한 사람이 되기. 작은 일들에 흔들리거나 지나치거나 스트레스 받지 말 것. Resilience 키우기. 정신건강 키우기. 삼일째 고민 중인데 골은 있으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카운셀러를 만나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테라피 한 번 알아봐야지. 
    • 작은 성공을 축하하기. 작은 일을 이루었을 때마다 오바하며 축하하고 기뻐하기. 
    • 인스타그램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행복한 것을 적어올리는 100 happy days 를 하다가 사진 찍는 걸 까먹고 너무 사적인 걸 공유하기도 싫어 관뒀었다.  적당한 매체를 찾아 매일 하루에 하나씩 행복하고 감사한 걸 적어보자. 
    • 운동 재시작. 몸이 가벼워지면 건강해진다. 3키로 빼기! 
    • Own the room 수업 듣기? 실력은 이미 있다 자신감을 키우고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집중할 것.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몇개 찾아 하자.
  • 일에서 목표를 찾자. 일단 Q1 은 나를 입증하는데 집중하자. Q2 까지는 일에서의 새로운 목표와 의미를 찾을 것. 골은 골을 찾는 거다. 
  • 자기 발전 
    • 뉴페 일주일에 하나는 계속 쓰자. 읽고 쓰는 습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좋은 영어 문장 하루에 하나베껴쓰기. 
    • 이코노미스트 / 뉴욕타임즈 헤드라인은 꼭 챙겨보기.
  •  삶
    • 술 줄이기. 일주일에 두번 맥스. 많이 마시는 건 한달에 한 번.
    • 운동 일주일에 세번.
    • 사랑한다는 이야기 많이 하기. 섭섭한 것 보다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할것. 
 

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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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