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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4. 17:18 카테고리 없음

4월 16일 수요일. 

오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타계했고, 류현진은 샌프란 원정경기 7회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징가는 야심작 팜빌2 모바일을 발표했고, 나는 내상품 워드위즈프렌즈 웹버젼을 조용히 런칭했다. 세월호에서는 계속 현기증나는 기사가 들려온다. 콧물이 머리를 가득채워 어지럽다. 약기운에 취해 멍하니 보고있다. 모두다 내일같고 모두다 남일같다.



4월 23일 수요일


페이스북 게임을 관리하니 페이스북을 해야하고 뉴스페퍼민트 글을 써야하니 인터넷을 해야한다. 트위터는 류현진 문자중계 보려고 열었을 뿐인데 더이상 글을 피하지 못하고 한두개 열어보다 너무 많은 글을 읽었다.
내게 한국에 태어났다는게 가장 참담했던 날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날이었다. 그때는 시청광장에서 가로막은 전경들에 서글픈 분노가 치밀었다. 얼마 후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차분했다. 풀냄새와 사람들의 땀냄새가 섞여 나는 여름밤 시청광장에서 조문을 기다리면서 도대체 나는 왜이리 슬픈건가 생각하고 있었다. 

'조국'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김일성 산하 북한 주민들이 우스꽝스러운 억양으로 선언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을 읽으면서는 '아 안타까운 나의 조국..'이 머리속에 박혀 견딜수가 없다. 내게 조국이란 내가 자라오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내가 무엇보다 깊이 이해하고, 애증이 가득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돌아갈 '집'이다. 그런 조국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한참을 떠돌아다닌후에야 깨달았다.  내 조국이, 내 사랑하는 집이 이 모양이라는게 서글프다.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서거날 일기장의 첫줄은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란 없다는 게 입증된 것 같아 슬프다. 두렵다.' 였다. 또 한번, 그때만큼이나 참담하다. 인터넷에 한참 빠져있을 때 트위터를 타고 '아랍의 봄'이 퍼져나가는 걸 들떠서 지켜봤는데 결국 '아랍은 안된다니까' 따위의 글 을 보면 매우 슬프다. '대한민국은 안된다니까.' 라는 소리가 계속 귀에서 울려퍼진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더욱 슬프다. 쓰레기 같은 언론이나 책임을 회피하는 기관들, 어설픈 분노 표출과 정부의 규제, 진압까지 숨이 막힌다.



4월 24일 목요일 아침.

거짓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날만큼이나 슬프진 않다. 자고나니 기억이 안난다. 물리적인 거리가 도움이 된다. 잊고 살 수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날은 정말 슬펐다.




4월 24일 목요일 저녁 10시. 


http://postfiles7.naver.net/20140424_294/feelmefirst_1398306804270Fheeu_JPEG/shoes.jpg?type=w2

자식을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는 "시신 건져질 때마다 게시판에는 인상착의를...아디다스, 나이키, 폴로... 다들 상표로 하더라. 우리 애는 내가 돈이 없어 그런 걸 못 사줬다. 그래서 우리 애 못 찾을까 봐 걱정돼 나와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이걸 보고 순간 울컥했다. 갑자기 치밀어올라 처음으로 눈물을 닦았다. 여태껏 상황모르고 함부로 씨부리고 있었던 게 몸둘바를 모르겠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