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Archiv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13. 9. 6. 13:11 카테고리 없음

신입 3주차, 회사란 결국 다 비슷하다. 2008-2009년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1. 우리팀 리드 피엠은 아담이란 친군데, "아담" "아담!" "아담, 잠깐 이거좀 봐줘" " 아담, 이거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담아담 온갖 억양으로 10분에 한번씩 누군가 그 이름을 부른다. 누가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앞자리에서 피식피식 웃고있다. 2009년 을지로 11번가 11층 동측에서도 내이름이 그렇게 10분에 한번씩 불렸었다. 저녁식사 전까지 (7시?)는 불려다니고 밥먹고 9시는 되야 내가 해야할 일을 시작했다. 보고서 쓰고 이메일 쓰고 데이터좀 뽑아보고 같은 '내' 일들. 막내(나)에게 깔대기 처럼 모든 일을 다 던진다고 투덜댔는데 여긴 깔대기처럼 위(아담)으로 일이 간다. 그래봤자 쟤도 3년차 나랑 크게 다른 건 아니긴 하지만; 

그렇게 일 많이 할때가 재밌었고,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그 때 엄청 좋아하고 의지했던 개발사 팀장님이 생각난다. 하루종일 진이 빠질 때까지 일하고 앱에 버그 나면 기운이 빠져서 거의 사정하듯 전화했다. "저 개발팀 담당자가 안된다 그랬는데.. 한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 거의 울먹이면 안쓰러워하며 내요청만 살짝 들어주시곤 했다. 일 관두고 일 얘기 안하면 어색한 사이라 연락이 끊겼는데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거 아시겠지. 왠지 짝사랑 고백 못하고 끝난 기분이다. 정말 고마웠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인사드리면 굉장히 좋아하실 걸 아는데 왠지 쑥스러워 못하겠다.


2. 같이 입사한 친구들이랑 시시껄렁 떠들어대는 채팅창이 있는데, 2008년만큼 웃기지가 않다. 솔직히 애들 문제라기보단 내문제. 영어라서 일하다가 흘끗 보고 낄낄대는게 아니라 일하다가 다시 집중해서 읽고 웃는 거라 그렇게 즐길 수가 없다. 그리고, 2008년 우리 동기들이 진짜 웃기긴 햇다. 그립네. 그때는 숨못쉬고 낄낄댔는데. 정말 애정 가득한 사람들. 정말 좋아하는 귀중한 사람들.  내가 그들을 아끼는 만큼 아낌 받는 걸 알고 있기에 그 안에 가면 따뜻하다. 그립다. 


3. 근데 영어로 하니 정말 집중해 일하게 된다. 예전엔 "오늘 네이버 한번 못열어보게 바빳어!" 라고 말했었는데, 쓸데없는 뉴스는 영어니 네이버만큼 정신팔리지 않고, 한국 홈페이지는 안 열게 된다. 하도 집중해 일하니 두어시간 일하면 머리가 멍하니 진이 쭉 빠지긴 하지만 그렇게 집중하기가 오랜만이라 은근히 좋다.  여름 인턴하고 달리 내가 하던 것과 비슷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니 신이 난다. 잘한다고 인정받고 증명하고 싶다. 또 그럴 수 있을 거 같아 더 모티베이션이 된다. 


4. 솔직히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못했는데, 막 바쁘게 자료 만들면서, 사전 옆에 계속 펼쳐놓고 일하는거 짜증난다. 어떤 표현이 맞을까, 이표현은 이렇게 하면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되는 걸까, 하느라 일하는 시간이 20%는 더 드는 거 같다. "너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 라는 동기애한테 "아 내가 영어로 하니까 업무처리 시간이 느려지는데 8시간 일해놓고 이 결과 내놓기 쪽팔려서 그래. 몰래 숨어서 두시간 더할거야." 라는 얘기를 할수가 없다. 다행인건 그래도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 보여서 실제 업무 처리 능력은 남(동기)들보다 나은거 같다.  결국엔 애들이랑 업무 능력이 비슷해지는데 솔직히 자존심 상한다. "야 이거좀 리뷰해봐"라는데 내용안보고 타이포 고치고 있는 동기애가 "아 미안. ㅠㅠ 이게 자꾸 거슬려서 내용이 안보여 ㅠㅠ" 라는데 혼자 끄응 하는 수 밖에. 남들보다 일처리 20%빨리 하고 20% 표현 손보는 거 외에는 별 대안이 없다. 거기다가 20% 더하면 일잘하는 사람이 되겠지.


5. 오늘은 회사내 포커 대회가 있었다. 맥주 한잔 먹고, 한잔들고 다시 일정리하러 올라옴. 여긴 늦게까지 많이 일하고, 늦게까지 부대끼고, 같이 맥주마시러도 자주 가고, 친하고, 주말에는 놀러도 간다. 내일은 팀애들이 활쏘러 가잔다. 회사가 젊어서 여름에 다닌 가족 중심 (철저히 회식은 점심만, 6시되면 모두 사라지고 사생활은 같이 안함) 회사랑은 다른 듯. 난 아직 이런 "살짝 한국식" 기업 문화가 훨씬 좋다. 


6. C&I 동기들 보고 싶다. 우리팀 매니저님들 보고 싶다. 일 많이 했다고 징징대며 소주 샷 탁 털어넣고 싶다. 그립네 을지로.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