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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2. 17:02 카테고리 없음

나중에 잊을까봐 몇자 적어놓기. 


첫날은 월급이니 복지혜택 설명듣고 서류 서명하고 컴퓨터 받는 등등의 문서작업을 하고 회사 신규 사원 전체 대상 안내 세션을 들었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보람' 을 이야기하는데 움찔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요리를 하지 못하게 된 50대 시골 아줌마가 하루에 몇시간씩 Chef Ville을 하며 행복해졌다고 했다. 아이가 암에 걸려 투병하는 와중에 괴로웠던 어머니가 하루 8시간 Farm Ville을 하며 힘든 걸 극복했다고 한다. 그들이 일년에 일만불 (천만원) 씩 징가에 내고 있는 충성고객이다. 먼가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을 manipulate 한 느낌인데 이걸 어떻게 보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모든게 뒤틀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 인간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남을 도와주며 (하트를 보내주며)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다. 심리학적 매카니즘을 공부하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곳이나 나에겐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게임 인더스트리에는 아무래도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이틀째부터는 회사 신입 전체가 아니라 따로 나와 PM(프로덕트 매니저)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강의 들어온 경력 PM 이 현재까지 열댓명 되는데 모두 굉장했다. 이런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구나 싶어 신이 났다. 그동안 징가는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프로덕트 관리로 PM 사관학교로 불릴만큼 명성을 날렸다. 게임회사 특유의 발랄한 회사 분위기와 잘나가는 상품으로 지난 몇년간 업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PM으로 엄선해올 저력도 있었다. 안그래도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경쟁적으로 열심히 일하며 서로에게 배운다. 진짜 데이터 분석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PM이 바랄 수 있는 모든 지원이 갖춰져있다. PM이 사실상 팀의 리더쉽 롤을 수행하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SKT에서 해보고 싶었으나 시스템상의 한계로 못했던 것들, 여기서는 해볼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혼자 산전수전 겪으며 배울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자칫 나쁜 습관을 만들어버리기도 쉽다. 여기서는 '닮고 싶은 사람'에게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 배울 수 있다. 흡수할 게 너무 많다. 

억지로 지어낸 듯한 홍보팀이야기를 듣던 첫날과 달리 징가 PM에게 일이 재밌는 이유를 솔직하게 터놓는 것도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1) 진짜 게임을 좋아하던가 2) 실시간으로 바로 반응 확인가능한 Consumer 상품을 가지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혼자 연구한다던가 3) 내맘대로 주물럭거리는 상품을 소유(Own) 하는 즐거움으로 나뉜다고. 최근 징가를 둘러싼 악재를 두고 토론하기를 꺼리거나 억지로 자기암시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도리어 호감과 믿음이 갔다. 패인이 무엇인 것 같아, 이렇게 회사 방향이 움직이고 있는데,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의견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라 더 좋았다. 앞으로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건 외부적 요인이 크니까. 그러나 이들에게 내가 배울 건 많겠다. 기대보다 훨씬 좋다. 살짝 신까지 났다.


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