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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3 11:37 분류없음

지난주에 MIT에서 한국으로 인턴하러 가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Working in Korea as a woman" 이라는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열명남짓 되는 학생중의 90%가 여학생이었는데, '여성으로서 일하기' 라는 주제에 대해 이 친구들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에 나는 좀 놀랐다. 


쉐릴 샌드버그의 린인부터 시작해 한국이 고위여성층 숫자가 OECD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는 통계를 놓고 왜 여성의 사회적 성공이 어려운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 친구들은 그 떠들썩한 쉐릴 샌드버그의 린인 운동조차 모르고 있었다. 관심있는 내게나 "세상 모두가 한번씩 고민해본 문제"이지, 대학교 3학년 공대생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슈이구나. 돌이켜보니 그때 나도 세상문제에 관심이 없었고, 신문도 읽지 않았다. 


쉐릴 샌드버그는 TED나 책이나 강연이나 다 똑같은 내용을 일관적으로 전한다. Women, be ambitious! Lean in! Because you are awesome!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단순하게 해석해 조명한다고 맘에 안들어했는데, 그녀가 '청중의 눈높이에 맞는 강연' 을 한 거였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이 문제를 처음 접하는 학부생에게 사회구조의 문제를 논하는 학문적 토론을 시작하면 관심을 잃을 뿐이다. 30분 토론으로 모두가 생각해보게 하려면 재밌는사례를 넣고 명확한 메시지의 결론을 도출해야한다. 오바마의 연설이 가끔씩 굉장히 유치하듯이. 그래서 린인 운동에 대한 내 평가는 다시 올라갔다. 모두가 한번씩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


*관심있는 사람을 위해 링크몇개:

-린인운동에 관한 뉴스페퍼민트 기사

-여성의 성공이 왜 어려운가를 논하는 쉐릴 샌드버그의 TED 강연 

-쉐릴샌드버그의 가치관은 서구적 시각이라는 내글 

-한국의 Glass Ceiling (여성의 사회적 성공이 어려운 사회구조) 이 제일 심각함을 보여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

-한국이 OECD 에서 가장 남녀임금차이가 크다는 발표




그리고 성추행 문제에 대해 마지막에 가볍게 다뤘는데, 주말에 윤창중 건이 터졌다. 나의 첫 반응은 "이 학생 경찰에까지 신고하다니, 참 당돌하고 똑똑하구나, 기특하다."였다. 내가 강의한 여대생들도 이렇게 대찼으면 좋겠다. 


이 사건은 윤창중이 보수꼴통우파라서 일어난 건 아니다. 나꼼수의 여성비하스캔들이나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에서도 보이듯이 성추행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남의 진영이면 다행이고, 내 진영이면 초조할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변인'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대변인에 지명할 뿐이고 그사람이 잠재적 성추행자인지 까지는 확인할 의무도, 확인할 방법도 없다. 나는 윤창중이 훌륭한 대변인의 자질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싫어하지만 잠재적 성추행자를 지명했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사회 많은 사람들이 이게 어떤 상황인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도 놀랍다. "바바리맨이나 똑같죠" 라는 사람은 조직생활에서 상사가 얼마나 어려운 존재인지를 간과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실수하면 내 평가가 나빠질 위험이 있고, 내가 앞으로 회사 다니는게 괴로워질 것이며, 왠만하면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우리사회는 직장에서의 상하관계에 나이까지 더해져 윗사람이 굉장히 어려운 존재다. 남자들은 이게 얼마나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인지 모른다는 게 놀랍다. 본인이 성추행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한국적인 조직에서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은 회사내 크고작은 성추행 스캔들을 한번은 들어본 적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거 한건이 터지려면 백건의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얘기다. 어떤 건은 여성이 진작에 잘라내버렸을거고, 어떤 건은 속으로 끙끙앓는 성격의 여성이 당하고도 아무말 못했을 거다. 훨씬 심하게 당해서 말을 못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쟤가 그 강간당한 여자래" 라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어떤건 인사팀에서 조용히 숨기는 데 성공했을거다. (윤창중 건도 처음 문화원에 신고했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주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죠.)


내가 학교 후배들에게 강연을 할 때는 보통 어떤식으로 성추행이 일어나는지는 아는게 나을 것 같아 회사에 있던 스캔들을 하나 이야기 해줬다. 팀회식으로 이차 삼차에서 노래방에 갔던 술취한 과장이 옆의 사원의 치마에 손을 집어넣었던 사건이었다. 여성도우미가 가는 노래방에 갔던 경험이 있어서, 한국의 밤문화에 익숙해, 술취한 경황에 실수한 것이리라. 


내가 이 친구들에게 했던 조언은 좀만 건드려도 기분나쁘면 화들짝 정색하고 화내라는 거였다. 미안해하거나, 한국 문화에서 예의바르지 못한 것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없다. 어차피 그 남자들은 자신이 취해서 그랬다고 변명할 터인데, 나도 취해서 그랬다라고 말해버려라. "대변인님 미쳤어요? 이런건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 가능해요. 따님없어요?" 라고 막말하고 다음날 "술취해서 제가 어제 심하게 머라 그랬나요? 실수했네요. ^^" 라고 말해버려라. 윗사람이고 머고. 실수 아닌거 너도 알고 그도 알지만 널 우습게 못본다. 그럴 '끼'가 있는 사람들도 제정신이면 앞으로는 무의식중에라도 널 못 건드릴거다. 어차피 Private 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니, 회사 생활 어려워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자들 은근히 이렇게 무서운 여자 일적으로 존중한다. 


나는 그랬다. 하고싶은 말 다했다. 그럴 수 없는 성격의 사람들, 어쩔 줄 몰라 당황했던 사회 초년생, 회사내 계급에 지레 겁먹어 버렸던 여성들이 이 당찬 여대생 전에 얼마나 당했을지 나는 그게 상상이 가고 마음이 아프다. 한건이 터지려면 뒤에 비슷한 사건이 백건은 있었다는 거다. 교포라서 가능했을까, 이 당찬 학생이 경찰에 고소하고, 한국의 치부를 만천하에 알려서 기쁘다. 고름은 터져야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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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