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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08:20 분류없음

뉴스페퍼민트(www.newspeppermint.com)에 조인한지 한달반이 넘었다. 이제 서른개 넘는 글을 썼고, 나름 익숙해졌다고 처음처럼 끙끙거리지도 않는다. 단순 깔끔함을 추구하는 뉴스페퍼민트, 그러나 그 뒤에서 우리는 복작복작 바빴다. 그동안 내가 하던 고민들이나 풀어놔볼까.



1. 글쓰기: 난 왜 이렇게 글을 못쓸까?


 1) 번역을 잘한다는 건 한글을 잘한다는 것 


  이글을 시작하려면 부끄럽게도 나의 근거없던 자신감부터 고백해야한다. 솔직히, 나는 내가 글을 못쓰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주위 공대생들에 비해 많은 책을 읽었고, 늘 일기를 쓰고 있었고, 글을 쓰는게 부담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주위환경 대비' 섯부른 착각이었단 걸, 전문 작가는 완전히 다른 글을 쓴다는 걸 절감하고 인정해야했다. 내맘대로 비어 속어 섞어 '막쓰는' 일기장과 정확한 한글을 구사하는 기사는 완전히 다른 언어다. 


거기다 번역은 또 다른 문제였다. 분명히 원문은 이해했는데, 번역을 하면 직역을 억지로 줄인 어색한 비문이 쏟아졌다.  한번도 써본적 없는 경어체도 어색했다. 써놓고 읽어보면 문장이 이상한 건 알겠는데 고쳐지지가 않아 암담했다. 영어작문하는 느낌이었다. 젠장. 전현직 저널리즘 종사자와 전문 작가들로 이루어진 다른 필진 사이에서 내가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 긴장이 되었다.


 한 열흘을 끙끙대니 문제가 보였다. 글을 잘쓰려면 다양한 문장과 단어를 보유하고 있어야한다. 사용하는 문장체가 다양해야 가장 적절한 문장으로 멋을 부릴 것이며,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을 잘 이해해야 쓸데없는 형용사가 가득한 만연체 대신 정확한 단어하나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페북이나 싸이월드나 해서는 문장도 단어도 잊혀져갈 뿐이다. 좋은 한글을 읽은지 너무 오래됐다. 깨끗한 표현을 가진 남의 한글을 유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는게 금방 느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라카무 하루키도 글은 많이 쓰면 양에 비례해 는다고 했다. 조금씩 늘겠지. 노력하고 있다.


 2) 전문분야란 게 있기 마련이다.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보다 잘 할 수 있는 것들'  같은 글은 한숨에 썼다. 이를테면, "대기업의 연간예산계획"이란 표현은 "The autonomous business will typically draw funding via the annual budgeting processes. " 라는 긴 문장이었는데 한방에 줄여버릴 수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많이 쓰던 표현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애런의 법이 의미하는 것' 이런 글은 테크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용어가 많아 끙끙댔다. '기소'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 국어사전을 찾고 활용 사례를 찾아보았다. "구글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할 것인가" 이글도 오래 걸렸다. 자동차도 없는 내가 정속주행장치, 능동적 브레이크 제어라는 표현이 떠오를리가. 한두주 고생하고 생긴 요령은 가능한 긴 관련기사를 조선일보같은 주요 매체에서 찾아 열어놓고 표현을 찾는 거다. 자동차 기사의 경우 벤츠 새모델 출시를 보도하는 긴 기사를 옆에 놓고, 법률 기사의 경우 기소사건을 하나두고 내가 필요한 표현을 찾아쓴다. 


시간이 훨씬 걸려도 안 친숙한 글을 쓰고 싶다. 공부하고 싶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한 약속은 잘 모르나 알고 싶은 분야의 기사를 일주일에 한두개는 쓰는 거다. 지난주에는 워렌버핏의 하인즈 케첩 딜의 딜 세부 조건 분석하는 글을 쓰다말고 지워버렸다. 레버리지가 문제라는제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오역하게 될까 영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는 하리라. 발란스를 찾고 있다. 내 전문분야 내가 잘 아는 걸로 기여하면서 조금씩 관련분야를 넓혀가기. 일주일에 한두개씩 넓혀가다보면 내 'comfort zone'도 커져가겟지.



 3) 모든 것은 선택과 집중: 덜어내야한다. 


글쓰는게 어려운 건 우리에게 1분이라는 엄격한 룰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뉴스페퍼민트가 시작할때는 9줄이었는데 (100단어 이하) 현재는 100~200단어에서 글을 쓰고 있다. 어느정도 인싸이트를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어수가 필요한데, 독자가 읽기는 힘들어진다. 


다 내욕심이다. 모든걸 다 전하려다가는 독자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덜어내야한다. 그게 뉴스 다이제스트의 의미다. 띄어쓰기 안하고 짧은 문장체를 쓰는 '반칙'을 쓰면 글만 나빠진다. 결국엔 내용을 덜어내야한다. 100~150단어를 타켓으로 하는데 항상 180 단어는 훅 가버린다. 명확히 Priority를 세팅해서 전할것.



4) 번역의 묘미는 도대체 언제 살릴수 있을까?


'구글 글래스, 스타일을 찾아야할때'의 원제목은 Google searches for style 이었다. 써치로 유명한 구글이 구글글래스 같은 악세사리를 내노려면 스타일을 써치해야한다는 말장난인데 도저히 옮길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지혜를 공유하는(Net wisdom) 시대'의 제목 Net Wisdom도 인터넷상의 지혜 + 총집합지식 같은 느낌을 합친 단어인데 번역이 안된다. 인터넷상에서의 지식공유가 어떻게 이루어는지 보여주는 원글은 참 재치가 넘치는 '읽기 즐거운 글' 인데 도저히 그 재미를 전할 수가 없었다. 

원글의 묘미를 다 전할 수 없는 번역자는 얼마자 괴로울까? 결국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김난주의 글로 독자들에게 각인된다. 부담스럽고, 어렵다. 나를 숨겨야하는데 다른 문화의 언어에서 그대로 원글을 옮기면 재미가 없다. 기자의 마음도 이해하고 번역자의 마음도 이해하고 이래저래 뉴스페퍼민트를 하면서 맘놓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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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