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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 07:09 MBA Life in Sloan


결국 징가와의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이글의 제목은 취업기 '중간'정리가 아니라 '마무리'라 써야 옳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직할것이며, (특히 업계 특성상 1-2년 후에는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내 프로페셔널 라이프의 종착점에 도달한 것도 아니니 '중간'정리라 적는다. 사실 오퍼는 거의 두달 전에 받았는데 계속 미루며 고민하고 있었다. 


가을이 시작하자마자 학교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6개 회사에 지원서를 적었다: 구글, 링크드인, 아마존, 징가, 어도비 디지털마케팅 부서, IBM 리더쉽 프로그램으로 뉴욕/싱가폴등 로테이션 하는 프로그램. 백그라운드가 맞는지라 인터뷰 요청은 다행히 다 받았다. 학교외에 내가 회사 홈페이지들 돌아다니며 지원한 AirBnb, Evernote, Facebook 등은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한두명 뽑는게 전부인 작은 회사는 아는 사람 통해 뽑고 또 그나마도 다음 두어달 내로 일시작할 사람 뽑는 지라 이제와 생각해보면 연락 안오는게 당연했다. 봄에 아는 사람 통해 Referral받아 넣으면 인터뷰 할 수 있을지도. 

(여기까지 써논게 사실 두달전. 2월의 업데이트: 이제 스타트업 취업 설명회가 열리고 심지어 지원을 안했는데도 해주는 리퍼럴이 생기기 시작했다. '버티면' 더 좋은 기회가 생겼을 것 같기도 하다 ㅠㅠ ) 


1. 기본조건


 - 무조건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었다. 컨슈머 텍, 모바일/웹에 머무르고 싶다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아는데 지난여름에 서부에서 인턴하지 않은게 굉장히 후회됐다. 멀리있으면 새로운 일자리 기회도 알기 힘들다. 뱅커가 뉴욕가고 싶고 연예계 진출하고 싶은 사람이 할리우드 가고 싶은 것처럼 나도 실리콘 밸리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시애틀인 아마존/마이크로 소프트에 주저했고  뉴욕과 보스턴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다. 라이프스타일은 사실 뉴욕과 보스턴이 좋은데, 일단 중심지에 가보고는 싶었다.


- 다 Product Manager로 지원했다. 문화와 사람들의 행동패턴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하는 마케팅은 외국인으로서 잘하기도 힘들고 잘 모르겠으니 재미없었다. 수퍼볼광고에 나오는 유머에 다 웃지 못하는데 (알아들어도 안웃김) 그런 정통 마케팅은 별로 재미도 없다. 디지털/소셜/아날리틱스 마케팅은 관심있어서 알아봤다.

전략이나 컨설팅은 말과 글로 BS (Bull shitting: 겉만 번지르르한 소리를 한다는 건데, 한국말로는 입으로 일한다는 느낌정도) 인게 싫었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방향을 정하는 전략이 사실 회사 미래에 가장 중요한 부서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부서에 가는 친구들도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실제 결과를 단기적으로 보고 느낄 수 없고, '나'개인의 직접적인 기여를 보기도 힘든 전략부서는 지루했다. 나는 내 상품을 가지고 꼼지락 대는 것을 좋아하고, PM 하면서 정말 즐겼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고 (직접 개발하는 건 아니지만 개발 구조를 알아야 엔지니어와 얘기가 쉬워지니까)  PM이 회사의 꽃인 문화를 가진 회사 (구글, 링크드인, 징가, 아마존 등) 에 가고 싶었다. 

장기적으로는 international business development 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Finance는 정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고 싫어서 지우기가 편했다. 벤쳐캐피탈도 자연스럽게 지웠다. 남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보다 먼가 직접 만드는게 재밌다.


- 매력있는 PM자리는 일단 Product가 매력있어야하고 Product Manager를 매우 존중해주는 회사 분위기가 있어야한다. 델이나 삼성같은 곳은 전략팀이 회사의 꽃이다. PM으로서는 변방에서 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케팅이 꽃이고, 구글은 엔지니어가 킹 PM이 퀸 쯤 된다. PM자리 중에서는 링크드인과 징가가 가장 매력있었다.


- 사실은 스타트업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외국인 취업비자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없는 곳은 매우 불안정하고, 억지로 날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려면 천만원 이상 드는 비용과 행정적 지원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내가 다른 미국인보다 10배쯤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내가 갈수 있는 가장 작은 회사가 링크드인과 징가, Intuit정도 였다.


- 하드웨어 싫고(애플/삼성/델 등) B2B 소프트웨어 어렵고 재미없고(시맨텍/VMware)  자꾸만 까다롭게 회사를 고르게되는데 인턴 처럼 '경험이니까' 라며 안맞는데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문화가 안맞는곳(애플 등) 은 가서 괴로워할게 안봐도 뻔하니 이번엔 지원도 안해서 에너지가 절약됐다.

  

- 기본적으로 금전적 보상보다 좋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MBA에서 많은 금적전 투자를 한 직후인지라 당분간은 돈벌어서 빚갚고 다시 저축해야했다. 빚있는 상태에서 몇년간 생활비 지출만 하며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2. 회사 단상


- 이쯤되면 몇개 없다. PM포지션에 엔지니어만 채용하는 회사 (MBA 안좋아함), 외국인 안뽑는 회사 빼고 나면 실리콘밸리, 컨슈머텍, 내맘에 드는 상품과 문화, 우리학교로 온캠퍼스 리쿠르팅 올것. 하고 나니 저 6개가 다였다. 이후부터는 친구들 통해 하나씩 컨택하고 리퍼럴 받아 연락해야했다.


- 다 만족하고 되면 뛸듯이 기뻐하며 갈 곳은 링크드인과 구글밖에 없었다. 구글은 그나마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없으면 PM으로 안뽑으니 열심히 웹 서버 공부를 했으나 인터뷰에서 기술적지식이 부족한 걸 곧 들켰다. 


- 링크드인은 정말 가고 싶었다. 인터뷰도 핏도 나쁘지 않았는데, 마지막 파운더와의 인터뷰를 망치고 속상해 울고 싶었다. 작년에 전국 MBA에서 PM을 네명 뽑았는데 스탠포드 버클리 하버드 정도고 거의 뽑지도 않았으니 어려운 자리긴했다. 나중에 친한애한테 전해듣기로 끝까지 날두고 망설였다 했다. 그얘기를 들으니 더 속상했다. 유일하게 정말 가고 싶었던 자리. 



3. 징가 Pro & Con

Con

- 최근의 거듭되는 악재. 현재도 수익을 만들고 있고, 언론의 호들갑처럼 망해가는 건 아니나 처음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캐쥬얼 게임업체 특성상 독보적 자리를 뺏길 가능성도 크다.

- 게임 산업에 작년에는 관심 많았는데 올해 흥미를 잃었다. 게임이 여성가족부 주장처럼 절대악은 아니나 그렇다고 인류발전에 도움이 되는 산업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보니 큰 보람을 느끼기 힘들 것 같았다. 작년 이맘때는 Gamification이라 해서 모든 서비스에 게임요소를 적용해보는 트랜드가 있어 게임회사가 어찌됐든 공부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머 꼭 그렇다고 게임회사에 다녀와야되는 건 아닌거 같고. 게임회사에서 내 커리어를 꾸려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막판에 들었다. 이게 최근 징가에 대한 평가보다도 고민이 됐다.


Pro 

징가는 작년 인터뷰때 가장 가고 싶던 회사였다. 

- 컨슈머텍: 소비자와 직접 연관된 상품이라 재밌다. 나의 강점은 기존에 소비자용 상품을 내맘대로 고치고 티캐쉬 60억의 마케팅 집행비를 가지고 내맘대로 놀고 실패하고 성공하던 데서 온다. B2C상품은 소비자분석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 예측하는데 비해 B2B 상품은 클라이언트 니즈 분석과 관계유지 등 account관리가 중요하다보니 컨설팅 같다.  디지털 마케팅 대행, 아날리틱스 대행 등 몇개 관심있는 B2B상품을 제공하는 회사에 지원하긴 했으나 B2B 비지니스는 기본적으로 나와 아주 잘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좋은 MBA PM 자리: 1)업무내용 2) PM이 중요함. 징가는 몇안되는 괜찮은 PM자리를 가진 회사다. 회사 자체가 PM중심으로 돌아가서 스튜디오 마다 몇명의 PM이 자기 상품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광고팀 등이 PM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대부분이 MBA출신이며 본인의 게임에 대한 분석체계를 개발하고 관리한다. 스타트업의 수장 같은 느낌이다. 

- 기업문화: 게임회사특유의 발랄함이 있다. 인터뷰때도 청바지에 부츠신고 본건 당연하고, 심지어 내 인터뷰이는 회의실에 본인의 개를 데려왔다. -_-; 그러니까 두세명 들어갈 작은 회의실에 30kg은 족히 나갈 점박이 개가 우리가 인터뷰 45분 동안 옆에 있었던 거다. 당연히 딱딱한 회의실이 아니라 유리벽에 디자이너들이 그려논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알록달록한 회의실이긴 했다. 사무실은 어디다 비유해야할까, 코엑스 영화관같다. 안에 네온사인이 간판이 번쩍대고 여기저기 게임기도 있다. 징가 게임 말고 농구공던지는 게임 같은거. 아무때나 와서 하면 된다. 이런 회사에서 일하다 검은 정장 꼭 끼게 입고 면접보는 대기업에 가면 답답해진다. 

- 시스템적 지원: 외국인비자 지원, 금전적 보상. 전형적인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출신인 징가는 '일만하면 나머지는 다 잊어도돼' 환경을 제공한다. 보험이나 체육관/마사지 시설, 여기저기 게임하는 직원들, 삼시세끼 좋은 음식 보장은 당연하고, 출근이고 퇴근이고 아무때나 와서 일만해. 게다가 연봉은 2.5배가 뛰었다. 샌프란시스코 생활비를 감안하면 얼마나 저금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다.

- 샌프란시스코도시 한가운데! 구글과 페북은 사실 수원 정도에 있어 출퇴근 시간 두시간을 감수하거나 수원 life를 살아야한다. 나는 정말 빅씨티걸인데, 징가는 씨티안에 있다는게 큰 메리트였다. 

- 풀인터뷰데이 동안 다섯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 인상깊었다. 징가가 지금은 못나가도 지난 몇년간 잘 나가다 보니 정말 제일 잘나가던 인재들만 다 모아놀 수 있었구나. 동료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싶었다. 



4. 2월의 업데이트


- 이럴수가, 혹시나했는데 이제서야 스타트업 리쿠르팅이 시작이다. 드롭박스 트위터 에어비앤비 스퀘어 Palantir Hubspot Box LevelUp등등 관심있는 회사들이 이제서야 쏟아진다. 어이쿠, 기다려야했나.


- 하나도 지원 안했는데 친구가 너 관심있지 않았냐며 스타트업 이제 뽑기 시작인것 같다고 소개 이메일을 써주겠단다. 어..어? 얼떨결에 Palantir라는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 IPO전인, 요즘 제일 잘나가는 회사다. 소개글

아 여기는 정말 너무 좋은 회사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페이팔 피터티엘이 창립자) 아날리틱스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주요사례가 CIA에서 테러리스트 잡기 위해 주위 상황 분석하는 앱, 질병이 퍼져나가는 속도를 분석한 앱, 등이다. 주요 클라이언트가 미국 정부이니, 외국인으로서 들어가기 힘들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인 Security Clearance를 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단다. 공고 

너무 멋진 회사라 징가 싸인하는걸 억지로 며칠 미뤄놓고 후다닥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했는데, 결국 안됐다. 외국인으로서 들어가기 힘들겟다는 걸 인터뷰에서 절감했다. 사실 꼭 이런 비지니스를 하지 않아도 정규리쿠르팅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한국인이 비지니스 담당으로 들어가기는 꽤 어렵다. 

스타트업에서 외국인 비자를 줄수 있는 사람수를 기업 규모에 따라 '할당'을 받는데 (한국의 '병역특례' 주는 시스템과 매우 비슷하다!) 이 할당을 대부분 엔지니어로 받기 때문이다. 비지니스싸이드인 나를 받으면 나를 엔지니어로 포장하거나 한두개 없는 자리중 하나를 줘야되는데 '굳이 나를 뽑아야되는' 이유를 제시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에 프로덕트 매니저는 기껏해야 한두명이고 중요한 자리니 (링크드인도 작년에 네명 뽑았다) 정말 fit이 잘 맞아야하고 내가 외국인임에도 최고 적합자인 이유가 줄줄 흘러나와야되는데, 아시아에서 사업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잘 맞는 곳은 별로 없다. 


- 사실 더 알아보면 좀더 맞는 스타트업을 찾아내 인터뷰 할 수 있었을 것도 같았는데 오퍼 듀데이트는 다가왔고 더이상 알아보기도 힘들어 접었다. 지난 가을 내내 리쿠르팅 때문에 주말마다 서부로 날라가곤 했는데, 매주 12시간씩 비행하면 너무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 학교 수업듣고 숙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일많이 못해 조원들한테 미안하기까지 하다. 지난학기에는 파티도 덜 가고 친구들도 덜 만나고 MBA의 온갖 재밌는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도 못햇다. Newspeppermint 에 조인하는 것 같은 건 꿈도 못꿨을 거다. 

MBA에는 굉장히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고, Priority 세팅이 결국엔 가장 중요하다. 이제는 마지막학기, 좀더 활기차게 하고싶은거 다하고 싶었다. 즐겁게 브라질에서 한달동안 프로젝트 하면서 많이 배웠고, 뉴스페퍼민트에 하루에 한시간 이상씩 매달려 끙끙대고 성장하고 있으며, 오자마자 눈싸움에 신나게 놀고, 친구들과의 파티에도 좀더 자주 출몰하고, 수업자료도 열심히 읽어가 발표도 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엔 이쯤에서 마무리. 다음스텝은 징가에 가서 고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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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ment210